셜리폴스의 뒷길에는 데이지와 분홍색 클로버가 자랐다. 야생스위트피도 루핀이나 티머시와 엉켜 자랐고, 돌담을 기어오르는큰 잎 스타펠리아는 물론이고 라즈베리와 블랙베리도, 들판에는야생당근도 자랐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하나같이 시들하니 빛이바래서, 흙길 옆에서 먼지를 겹겹이 뒤집어쓰며 자라는 잡초나야생화처럼 보였다. 지독한 열기와 푹푹 찌는 날씨 때문이었는데, 그걸로도 모자라 저 높이 펼쳐진 가차없이 허연 하늘은 세상의 어떤 평범한 색깔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해 보였다.
6월이었다. 6월에는 세상이 초록으로 여물고 활기가 넘치게마련이지만, 이번에는 하느님이 깜박 잊고 뉴잉글랜드의 커다란 창밖 화분 상자에 비료를 주지 않은 것처럼 뭔가 빠져 있는 듯했 - P259

다(낙농장 주인의 아내 에드너 톰슨이 어느 날 바깥에 빨래를 널다가 문득 한 생각이었다). 데이지는 키만 껑충했지 앙상하기 짝이 없었고, 꽃은 뽐낼 것도 거의 없었다. 아이들이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하고 조잘대며 꽃잎을 따면 금세 떼어졌다. 높게자란 티머시의 연녹색 잎사귀는 고단한 듯 허리가 꺾여 있었고, 끝부분은 갈색이었다. 목초지에 가득 퍼져 무리를 이루며 자라는 야생당근은 파리한 하늘 색깔과 섞여 회색 거미줄처럼 보이거나 아예 눈에 띄지 않았다.
오랫동안 이 땅을 일구었고 대자연이 어떤 계절을 데려오든금욕의 힘으로 버텨온 농부들은 이제 들판에 서서, 줄기에 매달린 쪼그라든 덩굴제비콩을 만지작거리거나 예년보다 족히 30센티미터는 덜 자란 옥수수밭을 불편하게 바라보았다. 소의 꼴로쓰는 풀이 자라던 들판은 성장 능력을 거의 잃은 것 같았는데, 농부들은 이 사실이 가장 심란했다. 노력 없이도 쑥쑥 자라던 것이 어쩌다 성장을 멈춰버렸는지. 궁지에 빠졌다. 땅이 궁지에 빠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두려움 뒤에는 역경을 이기며 생존한 세대들이 버티고 있었다. 1600년대로 거슬러올라가는 강가의 오래된 묘비들이이를 입증했다. 엄마들은 아기를 잃고 또 잃었고, 어떤 아기들은이름도 얻기 전에 묻혔지만, 많은 아기들은 살아남아 릴라이언스, 익스피리언스, 페이션스"라는 이름으로 삶을 헤쳐나갔다. 셜 - P260

리폴스에는 인디언들에게 머리 가죽이 벗겨진 조상을 둔 집안도있었다. 에드너 톰슨 부인만 봐도, 현조할머니 몰리가 1756년 인디언들에게 납치되어 캐나다까지 끌려갔고, 거기서 어느 프랑스인에게 팔렸다가 그녀를 찾으러 온 오빠에게 구출되었다.) 정착 초기에는 집과 농작물도 자꾸 불에 탔다. 그러한 인내가 어떤 비석에 쓰인 이름은 인두런스 티베츠였다ㅡ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청교도적 특징과 연푸른색 눈동자를 물려받은 남자들과 여자들을 낳았다. 그들은 쓸데없이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해 여름 사람들은 걱정에 휩싸였고, 주북부에서 UFO가 목격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자 심지어 정부가공식 조사단을 파견했다는 소문도 있었다ㅡ타운에는 이 화제를 아예 회피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계속하면서 인상만 더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교회에 가는 사람들이 늘었고, 딱히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기도했다. 강을 힐끗쳐다보기만 해도 불쾌한 마음이 치솟았다. 강은 가장자리에서싯누런 거품을 부글거리며, 마치 죽은 짐승처럼, 길바닥에 뭉개진 뱀 한 마리가 짓무른 내장을 흘리고 무색의 태양 아래 고약한 - P261

냄새를 풍기면서 썩어가는 것처럼 타운 한복판에 드러누워 있었다. 참나리만 태연한 것 같았다. 참나리는 늘 그래온 것처럼 강가에 줄지어 피어 있었다. 참나리꽃은 집과 헛간 옆에서, 또 돌담을 따라 자라면서 황갈색이 도는 오렌지색 꽃잎을 입처럼 밸리고 무리 지어 색깔을 뽐냈는데 견줄 데 없이 열정적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기다렸다. 불안에 시달렸지만 농부들은 인내가 무엇인지 ㅡ조상의 이름이 페이션스인 농부들도 있었다ㅡ 알았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인생의 견디기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법을 일찌감치 배웠다. 불평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곳은 칼리지였다. 교수들의 상당수는, 사실상 대부분은 셜리폴스 출신이 아니었다. 심지어 뉴잉글랜드 지역 출신도 아니었다. 폭신한 겨울의 눈이나, 봄의 즙을 덮어쓰고 있을 때는 이곳도 고풍스러운 지방색을 띤 장소처럼 보였지만, 이 특별한 여름의 꼼짝 않는 더위 속에서는 빛바랜 벽돌 건물과 악취를 풍기는 강이 있는 뉴잉글랜드의 가난한 공장 타운처럼 보일 따름이었다. 그래서 이 오이스터 포인트 구역에서는 인내가 말라버린 것 같았다. 다른 구역ㅡ베이슨뿐 아니라 셜리폴스의 변두리 지역ㅡ에는 불안과 무기력이 배어 있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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