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병률은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 「그날엔」이 당선되어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옆에 있는 사람」 「혼자가 혼자에게」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발견문학상,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했다. ‘시힘‘ 동인이다. - P-1

시인의 말


시집 출간 제안을 받고 바로 눈 내리는 곳으로 떠났다
눈 속에 파묻혀 있었고 돌아올 날이 지나도록 눈 속에 남았다
그때 와락 스치듯 떠오른 것이 이 시집의 제목이었다
그와 동시에 눈냄새를 맡았는데 맡는 중이었음에도 눈의 냄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시는 그런 것
사랑은 그런 것

춤을 춰야겠다는 목적을 갖고 춤을 추는 사람과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있는 사람,
굳이 밝히자면 내 이 모든 병(病)은 후자에 속한다

2024년 4월
이병률 - P-1

어떤 그림


미술관의 두 사람은 각자
이 방과 저 방을 저 방과 이 방을 지키는 일을 했다

사람들에게 그림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서
두 사람의 거리는 좁혀졌다
자신들은 서로를 깊게 바라보다
만지고 쓰다듬는 일로 바로 넘어갔다

두 사람은 각자 담당하는 공간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란히 공간을 옮겨 다녔다

그림이 그 두 사람을 졸졸 따라다녔다

두 사람을 그림 안으로 넣겠다고
그림이 두 사람을 따라다녔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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