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을 만난 찰스는 다음과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는 키가 크고 여위고 팔다리가 길쭉했는데, 조금 어색해 보일 정도로 그랬다... 말을 잘하지 못하고 더듬었고,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것처럼보였다." 찰스가 생각하기에 오웰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아내가 필요했다.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으로서 말이다. 아일린은 이 말주변 없는 남자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도와주었다. 결혼한 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일린은 이미 오웰의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아일린은 오웰이 "세상을 향해 뻗은 손"이었다. 결국 찰스는 오웰을, "내 비서의 남편인 이 민병대원을, 위아래가 붙은 자루 같은 황갈색 작업복을 입은 그를 존경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일린 때문이었다. 그렇게 훌륭한 여자를 아내로 얻을 수 있었던 남자라면 어딘가 괜찮은 구석이 있을 게 틀림없었다. 아일린이 내게 보여준 남자는 단순히 얼간이 같은 모험가가 아니라 훌륭한 남자, 깊이가 있는 남자였다". - P179
찰스 오어가 아일린을 흠모하는 유일한 사람은 아니다. 오웰의 지휘관인 조르주 코프가 거대한 참모 차량에 타고 전선을 오가고 있다. 병사들의 소식을 가져오고 보급품과 우편물을 가지고 돌아가는그는 사무실과 참호를, 아일린과 오웰을 잇는 중개자다. 코프는 아일린을 깊이 사랑하게 된다. 삶을 바꿔 놓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이어지는 사랑이다. 찰스는 코프를 이렇게 묘사한다. "덩치가 크고 육중하며 혈색이좋은 금발의 벨기에인으로, 유쾌하고, 아주 세련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배운 남자였다.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아마도 직설적이고 까다로운 성격을 지닌 젊은 로이스만 빼고 그랬을 것이다. 로이스는 코프를 "비대한 인간" "배불뚝이" 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일린은 코프를 좋아한다. 모두에게 줄 꽃다발과 초콜릿을, 그리고 아일린을 위해서는 사랑하는 남자의 소식을 가지고 성큼성큼 사무실로 걸어들어오는 그 남자를. - P180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이 장면을 두 번 묘사한다. 한번은 자신이 노트와 팬레터 및 통을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설명하기 위해서(그리고 답장을 하지 못한 것에 사과하기 위해서)다. 다른 한번은, 오웰은 이 장면을 묘사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아일린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들리게 놔둔다(물론 오웰은 그게 아일린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말이다). 오웰은 경찰이 "우리에게 히틀러의 《나의 투쟁》 프랑스어 번역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의심에 들뜬 나머지 황홀경에 빠졌다"고 쓴다. "만약 발견된 유일한 책이 그 책이었다면, 우리는 파멸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은 스탈린의 팸플릿 한 부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러고는 다소간 안심했다". 그곳에 머무르는 두시간 동안 "그들은 결코 침대는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내 아내가 내내 침대에 누워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여기서, 내 귀에는 다 - P249
시 아일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매트리스 밑에 기관단총 대여섯자루쯤 있을 수도 있었는데, 베개 밑에 도서관 하나 분량의 트로츠키주의 관련 문서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 오웰은 아내의 용기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파멸‘을 피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함으로써 그 용기를 가려버리기까지 한다. 위험에 직면했던 건 아일린인데도 말이다. 오웰에게 이 일화의 주인공은 온통 남자들이다. "그럼에도 형사들은 침대에 손을 대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고, 침대 아래를 들여다보지조차 않았다. 나는 이것이 OGPU의 통상적인 절차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경찰이 거의 전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의 통제 아래 있었고, 그 남자들 자신도 공산당원이었을 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스페인 사람이기도 했고, 여자를 침대에서끌어내는 건 그들로서는 조금 무리였다. 업무의 그 부분은 조용히 생략되었고, 그러면서 수색 전체가 무의미해졌다." 오웰에게 이 일화는 스페인 사람들의 ‘관대함, 그리고 일종의 고결함‘을 보여주는‘ 작고 별난 사건‘이 된다. 오웰의 노트들은 사라졌다. 스페인 사람들은 고상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 아내‘는 그곳에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250
오웰은 자신들을 본 코프가 "사람들을 밀치고 우리들 만나러 다가왔다. 그의 통통한 살구색 얼굴은 평소와 별로 다름없어 보였고, 그 불결한 장소에서도 그는 제복을 깔끔하게 유지하고용케 면도까지 하고 있었다"고 쓴다. "[코프는] 대단히 활기차 보였다. ‘음, 우리 모두 총살당할 것 같군요.‘ 그는 쾌활하게 말했다." 코프는 ‘트로츠키주의자들‘에 대한 대학살이 예상된다고 그들에게말해준다. "하지만 그가 살아날 방법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지휘관이 보낸 편지다. 코프가 엔지니어로서 믿을 만한 사람임을 보증하고 그에게 동부 전선으로 돌아오라고 요청하는 편지. 하지만 그편지는 경찰에 압수당한 상태다. 오웰은 그 편지를 되찾으려고 경찰청으로 달려간다. 여러 전기작가들이 이 용기 있는 행동에 감탄을 보낸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아일린이 바로 그 직전에 정확히 같은 장소에 다녀왔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 P256
나는 로비 창문 너머로 폴리오라마 극장 건물을 바라본다. 오웰은 그곳의 옥상에 사흘 동안 앉아 있었다. 거기서라면 아일린의 방이 보였을 것이다. 전투가 멈췄을 때, 오웰은 주의를 끌지 않고 소총을 이곳으로 도로 가져와야 했다. 그는 바지의 다리통 속에 그것을 숨기고는 ‘몬티 파이튼 스타일로 걸어왔다. 어쩌면 아일린은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거리를 따라 100미터를 걸어 리볼리 호텔에 도착한다. 여기가 바로 코프의 검은색 참모 차량이 총에 맞았던 곳이다. 그날 아침 한 소년이 쓰러져 숨져 있던 곳. 나는 뒤를 돌아본다. 저 위에는 발코니가 있다. 아일린이 모든것을 내려다볼 수 있었을 발코니다. 저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서 있는 플라타너스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가판대의 남자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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