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을 보자는 요구가 많아 탐방로를 따라 걸었다. 가는 도중에 안도현의 시 <강>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을 읊는 사람, 정지용의 <향수>를 읊다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등 제각각이었다. 감흥이 노래로 옮겨붙자 누군가 <오빠생각 을 부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시작한 노래는 이내 합창으로 발전하였다. 반딧불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 일행이 탄성을 질렀다. 반딧불이는 풀 속 여기저기에서도 빛났다. 손으로 반딧불이한 마리를 잡기도 하였다. 여럿이 모이면 시끄러운 법이다. 중대백로를 보고서 고대백로는 어디 갔냐고 우스개를 하는 사람. 소대백로는 어디갔냐고 응수하는 사람. 우포늪에서 세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11시였다. 자연이 먼저였고 사람은 나중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 자연의 주인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포늪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가슴속에 각인하였다. - P147
조선 시대를 통틀어 영의정이 163명이었다고 한다. 그중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은 황희, 류성룡, 채제공 정도아닐까? 조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사대부로 평가받는 정약용은 당대 벼슬이 형조참의였다. 나는 그의 저서 <목민심서>를 세 차례 정도 읽었다. 정약용은 삶의 길이를 수백년으로 보지 않았을까 싶다. 많이 살지 않아 뭐라 말할 주제는 아니지만, 돌이켜보면위기일 때 원칙이 필요하였고 그렇게 세운 원칙이야말로삶의 동력이 되었다. 가슴속에 실현 불가능한 꿈을 갖되 현실에서는 리얼리스트가 되자고 누군가 말하였다. 현실에서 실패할지언정그 꿈을 포기해서는 아니 된다. 삶에는 승리의 삶, 패배의삶, 그리고 버티는 삶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23전 전승을하였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승리라고 평가할 만한 싸움은 몇 번 안 되고 대부분 버틴 것 아닌가? 올해는 따뜻한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을까? - P177
브레히트는 또한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옳지 않다고 강조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즉 불의를묵과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강조하는 일이다. 불의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적지만 불의를 묵과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베르톨트 브레히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판사가 불의를 저지르는 삶을 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의를 묵과하는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하다. 헌법이 법관에게 부여한 지위와 역할을 소명으로서 받아들이고 소명을 실천할 자질과 역량이 있는지 늘 성찰해야한다. 막스 베버는 직업 정치가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을 제시한 바 있다. 권력에 대한야심과 허영심에 들뜬 ‘불모의 흥분 상태‘가 아니라 대의에 대한 열정적인 헌신,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객관성을 갖춘 책임성, 그리고 내적 집중력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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