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연민인가요?"
"아니야. 차라리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일 거야."
하다가 퍼뜩 무라가미의 말이 생각났다.
‘혼자 여행이란 사무치게 외로우면서 한편 달콤하거든. 그건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일 거야‘
저도 모르게 오가다는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쓸어내린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던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보고 결혼하라, 그건 잔인한 거야."
그러나 세츠코는 분개하는 것은 아니었다. 열려진 창문에서 들어왔는지 나방이 한 마리가 전등을 맴돈다.
"지로상."
"응."
"산다는 것, 그거 대단한 거야? 대단한 것도 아니지 않아."
"산다는 것은 위대해. 아무리 평범하게 살아도 삶 자체는 대단한거야."
"이기적으로 사는 게 훨씬 인간적이며 정직한 거 아닐까? 인생에뭐 그리 거창한 의미가 필요해? 사랑의 순결 같은 것도 하나의 의식 과잉, 그건 자연이 아니야. 정직하다 보면 인간의 치부 같은 것뭐 그리 대단하게 죄악이라 할 수도 없잖아."
하면서도 세츠코의 표정은 몹시 쓸쓸해 보였다. 오가다는 세츠코를 빤히 쳐다보았다. - P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