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랑진에서 기차를 갈아탄 조찬하와 오가다는 새벽이 뿌옇게 걷힐 무렵 진주에 도착하였다. 두 사람이 다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오종종하질 않고 훤히 트인 것 같군요. 바다도 없는데 말입니다."
오가다가 낯선 고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이 있어서 그렇겠지요."
"강을 끼고 들어오는 이 도시 어귀는 아름답더군요"
"여러 가지로, 유서 깊은 고장이지요."
"이곳이 형평사 운동의 진원지라면서요?"
"그렇다더군요 옛날에는 민란의 진원지이기도 했고."
"기생 논개 얘기도 있고."
"나보다 더 잘 아는데?"
"인실씨한테 들었지요."
"흔히 색향(色鄕)이라고들 하는 모양인데 옛날 감영의 관기(官妓)들 전통이 이어져서 그럴 테고 농산물의 집산지인 만큼, 돈푼깨나 있는 지주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그러나 임진왜란 때도 그랬었지만 저항이 드센 곳이라 하더구먼."
두 사람은 역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 P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