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도 가까이서도
멀리서 바라보는 산동네는 아름답다
언덕을 기어 올라간 집들은 당당하기 성곽 같고
집들을 반쯤 덮은 붉은 장미는 멀리까지 향기를 뿜는다
밤이면 창문마다 별들이 매달리겠지
새벽이면 기우뚱 마을 뒤로 초승달이 지고
골목에 나뒹구는 헌 옷가지가 낯익고
담 너머로 넘어오는 된장 냄새가 반갑다
음정이 맞지 않는 노랫소리가 정답다
개짖는 사이사이 숨죽인 시비까지 귀에 익어
들어가 걸어보면 산동네는 더 아름답다
멀리서도 아름답고 가까이서도 아름답다 -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