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새벽 3시에 무덤은 독에 물이 꼭 차 찰랑거린다 모가지를 날갯죽지에 묻은 장닭처럼 무덤이 횃대에 올라있다 부풀어오르는 저 무명씨의 무덤을 찾는 이 나는 본 적 없다 새벽 3시, 한그루 나무처럼 내 척추에는 가시 같은 바람이 뻗쳐 있다 - P34
망나니가 건넨 말 초승달을 저만치 걸어두고 무덤에서 반 썩은 열 되 남짓 내 송장이 걸어가는 사람의 발을 이 밤에 잡아채거든 오랜 습관으로 알 것삼신밥을 올리는 점쟁이로 알 것산사람이 귀양간들 탱자나무 안세월이야ㅣ 봉창 뚫린 집에 한 사나흘 묵었다 가지마음은 허허벌판에 쏟아지는 우레 같은 것주리틀수록 외로워지는 것거미줄을 걷고 빈집의 문간 드나들며 방칸 수나 이따금 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