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낳다
겨우내 몇 번의 혹한이 다녀갔지만
좀처럼 눈도 비도 내리지 않았다
나는 불 꺼진 빈집에 들어
남쪽 드넓은 들판의 험준한 바위산을 어림
한다
다른 산들에 기대지 않고 홀로 서서
푸른 밤이면 가랑이 사이에서 달을 낳는
슬픔의 깊이를
나는 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슬픔으로 가득한 지워지지 않는 바다와 포구가 있음을
나는 또한 안다
거친 수로를 맴돌던 바람 아직 잠들지 못하고
산정의 키 작은 나뭇가지 상고대는 꽁꽁 얼어 있음을
나는 기억한다
혹한 속에서도 강바닥부터 조금씩 물이
흘러 물길을 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