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멋있으면 다 언니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쓰고, 『여자 둘이살고 있습니다 퀸즐랜드 자매로드』를 김하나와 함께 썼다. 팟캐스트 <여둘: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제작,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편지 저편 ‘혼비씨‘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었다가 졌다.
시간이 사람에게 하는 일이 그사이 어김없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풍경 사이로 끊임없이 일상의 피로를 해결되지 않는문제들을 늙음과 죽음을, 죽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 말이다."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다정소감을 쓰고, 전국축제자랑을 박태하와 함께 썼다. 못 견디게 쓰고 싶은 글들만을 천천히 오래 쓰고 싶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어려서부터 호칭 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권 사람들과는 달리, 어려서부터 한국어 호칭이 상대방에 대한 나의 태도를 담는 그릇으로서 기능하는 것에 익숙해진 저 같은 사람은 머리로는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서는 이게 분리가 칼같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공식석상에서는 "김연경씨"라고 말하겠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연경언니‘ ‘연느님‘인 것처럼 말이에요. 이럴 때 저에게 "김연경씨"는 의미의 누수, 존경심의 누수를 넘어 정체성의 누수가 생기는 단어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언니‘나 ‘선배‘ 같은 호칭에 이미 새겨진 위계가 싫으면서도, 호칭을 버리는 것이 언어적 평등의 시작임을 알면서도, 나이나 직함과 전혀 관계없이 순수한 존경심을 담아낼 명명법을 찾고 싶은 관습적인 욕망 또한 남아 있어서, 찾다보면 결국 위계적 호칭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 도돌이표. 현재우리가 갖고 있는 언어 체계 안에서는 존경심을 담는 호칭으로 ‘언니‘나 ‘선배‘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 이상의 대안은 없으니까요. - P21

재미있냐고 자꾸 물어보는 선생님이 다음달 말일 자유 탁구 시간에 다른 반 풋내기들과 친선 경기를 가져보자고 하셔서 저희는 약간 흥분 상태입니다. 승부 vs. 상부상조의 혼란에다 경쟁자 vs. 같은 팀 복식조 파트너로서의 혼합된 감정까지 더해져 아주 파란만장한 한 달을 보내게 될 예정입니다. 어쨌거나 이 지름 40밀리미터짜리 가볍디가벼운 공이 만들어내는 ‘탕타당타당‘과 ‘통토동토동‘에 집중하는 동안만은 많은 시름을 잊고 있습니다. 천둥같이 발 구르는 소리에 놀라고 분하기도 하지만요.
누군가는 속이 빈 나무를 두드리는 데 집중하며, 또다른 누군가는 속이 빈 플라스틱 공을 쫓아다니는 데 몰두하며 자신만의 번뇌를 다스리는 거겠죠. 이 목- 탁 - 구가 어디로 나아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당분간은지속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믿지 못하시는 것 같아도재미가 있거든요. 재미와 (얄)미움이 승부와 상부상조처럼 공존하는 탁구입니다. - P55

혼비씨의 편지를 읽으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진되었다고, 지금 상태가 번아웃이 맞다고 혼비씨가 알아차렸다는 점 말입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일 거예요. 일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것도, 작정하고 쉴 틈을 만드는 것도,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해보거나 뭐든 에너지를 채우는 활동도 말이죠.
한국 사회의 많은 일하는 사람들처럼 저 역시 번아웃으로 짐작되는 시기를 지나온 것 같아요. 짐작이라 말하는 건 그때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 뭔지 당시에는 스스로잘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험들은 한창 그가운데 있을 때는 진행중이라는 게 보이지 않다가 지나가고 나서야 그 시간이 뭐였는지, 그때 내가 어땠는지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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