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 대해 그가 알지 못했던 사실은 성공이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실패도 물론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들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 실패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성공 한가지를 위해 분투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 또한 그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차이점은 달리기와 제자리달리기라는 것이고, 달리는 건 어쨌거나 지루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달리는 사람은 다른 경치들을 통과하며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자면, 주드와 윌럼에게는 그에게 없는 뭔가가 성공의 숨 막히는 권태로부터 보호해줄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잠에서 깨서 자기가 성공했다는 걸 깨닫는, 여기서 멈추면 자신은 더 이상 성공자가 아니라 실패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성공한 일이 무엇이건 그걸 매일 계속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그 지루함에서 보호해줄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때로 주드와 윌럼이 그와 맬컴과 진짜로 다른 점은 인종이나 부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끝없는 감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비교할 때 그들의 어린 시절은 너무도 하찮고 회색빛이어서, 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감탄할 수 있는 것 같았다.  - P390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자기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 숨쉬기가힘들었다. 코에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뭔지 만져보려고손을 들려고 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손목이결박되어 있었다. 그제야 그는 자기가 병원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눈을 감고 기억을 되살렸다. 윌럼이 그를 쳤다. 이유도생각났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울부짖었지만 소리가 나오지않았다.
그 순간이 지나가고, 그는 다시 눈을 떴다. 고개를 왼쪽으로돌리자 못생긴 파란 커튼이 쳐져 있어 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를 오른쪽, 이른 아침 햇살 쪽을 향해 돌리자, 주드가침대 옆 의자에 잠들어 있었다. 의자가 너무 작아서, 끔찍한 자세로 몸을 구기고 있었다. 무릎은 가슴에 바싹 붙이고, 가슴은무릎 위에 올리고 팔로 종아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렇게 자면 안 되는 거 알잖아, 주드‘ 그는 머릿속으로 말했다. ‘일어나면 허리가 아플 거라고. 하지만 팔을 뻗어 그를 - P412

깨울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그는 생각했다. 세상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미안해, 주드.‘ 그는 머릿속으로 말했고, 이번에는 제대로 울수 있었다. 눈물이 입으로 흘러 들어가고, 닦을 수 없는 콧물이콧방울을 만들며 그 위로 같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미안해, 주드, 미안해, 주드.‘ 그는혼자 계속해서 말했고, 그러고는 커다랗게, 하지만 조용하게 속삭였다. 너무 조용해서 입이 벌어지고 닫히는 소리밖에 들리지않았다. ‘용서해줘, 주드, 용서해줘.‘
용서해줘.
용서해줘.
용서해줘. - P413

몇 달 동안이나 제이비는 얼굴도 본 적 없었다. 물론 소식은듣는다. 맬컴을 통해서, 리처드를 통해서, 블랙 헨리 영을 통해서. 하지만 더 이상 보지는 않는다. 거의 3년이 지났지만 용서할 수가 없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자기가 얼마나 고집불통이고 비열하고 무자비하게 굴고 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수가 없다. 제이비를 보면, 자기를 흉내 내던 그 모습이 보인다.
자기가 어떻게 보일까 두려워하던 생각들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던 생각들이 다 옳았다는 걸 단번에 확인시켜주던 그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친구들이 자기를 그렇게 보고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면적어도 자기에게 그걸 말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 정확한 흉내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지만, 그걸 제이비가 했다는 사실에 그는 망연자실한다.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종종 제이비가 입을 헤벌린 채 침을 흘리며 손을 앞으로 내밀고 발을 질질 끌며 구부정하게 걷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주드다. 내가 주드 세인트 프랜시스다.‘ - P423

때로 이 외로움이란 게 그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 지금 그의 삶에 뭔가 이상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았다면 느끼지 않을 감정 같다. 자기가 원한다고, 자기가 가질 수 있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것들이 그렇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늘 있다. 해럴드와 맬컴은 물론이고 인디아라는 동료 예술가와 동거를 시작한 리처드, 자주 보지 않는 사람들 -시티즌과 일라이저, 페드라, 심지어 설리번판사 판사실의 옛 동료 케리건까지도. 몇몇은 그를 동정하며 묻고, 몇몇은 의심하며 묻는다. 첫 번째 그룹은 그가 혼자인 게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외부적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그를 가엾게 여기고, 두 번째 그룹은 그에게 일종의 적의를 품는다. 그들은 그가 혼자인 게 자신의 결정이며 성인기의 근본법칙을 도전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건, 나이 마흔에 혼자라는 건 나이 서른에 혼자인것과는 다르고, 해가 갈수록 더 이해할 수 없는 일, 덜 부럽고, 더 안됐고, 더 부적절한 일이 되어간다. 지난 5년 동안 그는 모든 파트너변호사 디너에 혼자 참석했고, 작년에 형평법 파트너변호사가 됐을 때는 연례 수련회에도 혼자 참석했다.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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