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평일 저녁 5시와 주말 아침 11시면 제이비는 지하철을타고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평일에 갈 때가 제일 좋았다. 그는 커넬 역에서 지하철을 타서 정류장에 설때마다 기차 안이 온갖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로 끝없이 변화무쌍하게 채워지고 비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열 블록 정도마다지하철의 인구는 폴란드와 중국, 한국, 세네갈 사람들에서 세네갈, 도미니카, 인도, 파키스탄 사람들, 또 파키스탄, 아일랜드, 살바도르, 멕시코 사람들, 그러고는 멕시코와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티베트 사람들이 뒤섞인 정신없고 놀라운 조합으로 재구성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는 미국에 새로 왔다는 것과 이민자들의 얼굴에서만 볼 수 있는 결의와 체념이 혼재된 지친 표정들뿐이었다. 이런 순간이면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는 마음과 자신이 사는이 도시에 대한 감상적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둘 다 자주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고향을 화려한 모자이크라고 찬양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러는 사람들을 놀려댔다. 하지만 이 지하철 공간을 공유하는 동료들이 분명 그날 해냈을 노동, ‘진짜‘ 노동의 총량은 대단하게 생각했다. - P43
지금 그는 이 사진을 작업하는 중이고, 이 그림을 그리려고기존 형식을 버리고 1미터 크기의 정사각형 캔버스로 바꿨다. 주드의 홍채에 어울리는 오묘한 녹색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며칠 동안이나 실험을 했고, 머리카락 색들도 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또다시 칠했다. 그건 대단한 그림이었고, 그는 그걸알았다. 이따금 찾아오는 절대적 확신이었다. 그는 그림이 어딘가의 갤러리 벽에 걸릴 때까지는, 그래서 주드가 그 그림에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 그림 속 자신이 너무 연약하고, 너무 여성적이고, 너무 취약해 보이고, 너무 ‘어려‘ 보인다고 주드가 싫어할 거라는 걸, 또한 그림 속에서 그 외 수많은 가상의 것들, 주드 같은자기혐오 종자가 아닌 제이비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온갖것들을 발견하고 싫어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비에게 있어 이 그림은 이 연작에서 자신이 바라는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그건 연서였다. 문헌이었다. 대하소설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의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면, 때로 하늘을 날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갤러리들과 파티들과 다른 예술가 - P59
들과 야심의 세상이 저 아래 까마득한 한 점으로 작아진 나머지, 그냥 축구공처럼 뻥 차서 자기와 아무 상관 없는 멀고 먼 어느 궤도로 휘휘 날려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6시가 거의 다 됐다. 곧 빛이 바뀔 것이다. 비록 저 멀리서 철로 위를 덜컹덜컹 달리는 열차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지금그를 둘러싸고 있는 그 공간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의 앞에는캔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붓을 들고 시작했다. - P60
지하철에는 시들이 있었다. 움푹 파인 플라스틱 좌석과, 우편으로 대학 학위를 딸 수 있다고 약속하는 회사들과 피부과 광고들 사이의 빈 전시 공간을 시가 인쇄된 기다란 코팅 종이들이채우고 있었다. 이류 스티븐스와 삼류 로스케와 사류 로웰들, 누구의 마음도 흔들어놓지 못하는 운문, 공허한 경구로 전락한분노와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렇게 제이비는 늘 말했다. 그는 그 시들에 반대했다. 그것들은 제이비가 중학교 때 처음 나타났고, 지난 15년 동안 그는계속 거기 반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진짜 예술이랑 진짜 예술가들한테 투자하는 대신, 노처녀 사서들이랑 카디건 걸친 게이들한테 이런 쓰레기들을 고르라고 돈을 주고 있잖아." F 열차가 끼이익 하며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 위로 제이비가 윌럼에게 소리 질렀다. "그리고 이건 다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유형의 쓰레기들이라고. 아니면 사실은 좋은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 P60
이 거세시켰든지. 게다가 이 사람들은 다 백인이야. 그거 눈치쳤어? 거기에 새로울 게 젠장 뭐가 있냐고?" 다음 주 윌럼은 랭스턴 휴스 포스터가 걸린 걸 보고 제이비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랭스턴 휴스?!" 제이비는 신음했다. "내가 맞혀볼게- <유예된 꿈>, 맞지? 그럴 줄 알았어! 그 쓰레기는 치면 안 되지. 어쨌거나 뭔가가 ‘정말로‘ 폭발하는 일이 생기면, 그 쓰레기는 딱 2초 만에 거기서 내려질걸." 그날 오후 윌럼의 맞은편에는 톰 건의 시가 걸려 있었다. "그들의 관계가 존재한다면/ 그건 토론 속에 존재했다." 그 아래 누군가가 검정색 마커로 이렇게 써놓았다. "걱정 마 친구 나도 계집은 못 얻는 처지니." 그는 눈을 감았다. - P61
사실 그에게는 제이비와 주드가 가진 그런 식의 야망, 그런 묵묵하고 모진 결의는 없었다. 그들은 그 결의로다른 누구보다 더 오래 스튜디오에 사무실에 남아 일했고 어딘가 꿈꾸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어서, 그들의 일부는 이미 오직자기들에게는 명료하게 보이는 상상 속 미래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제이비의 야망에 불을 지피는 것은 그 미래에 신속하게 도달하고픈 욕망이었다. 하지만 윌림이 보기에, 주드의야망을 자극하는 것은 공포,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순식간에과거로, 절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이전 생활로 다시 돌아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이런 특성은 주드와 제이비만 가진게 아니었다. 뉴욕은 야심가들이 사는 곳이었다. 종종 그건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가진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야망과 무신론, "야망이 내 유일한 종교야." 맥주에 얼큰하게 취해 있던 어느 늦은 밤 제이비가 윌럼에게 말했다. 그 말에선 언젠가 어딘가의 인터뷰에서 진짜로 말할 때를 대비해 무심히던지는 말투를 연마하려고 리허설이라도 한 것처럼 약간 연습한 티가 났다. 하지만 윌럼은 그게 진심이라는 것도 알았다. 오로지 이곳에서만은 자신의 일을 위해서라면 광기를 제외한 무엇이든 정당화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로지 이곳에서만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에 대한 믿음은 변명의 대상일 수밖에없다. - P69
건축학교에 간 이유조차 최악인 것 같았다. 그는 그냥 건물이좋아서 갔다. 그건 괜찮은 열정이었고, 어린 시절 부모님은 함께 여행을 다닐 때마다 집들과 기념비들을 구경시켜줬다. 심지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는 늘 상상의 건물들을 그렸고, 상상의 구조물들을 만들었다. 그게 위안이고 보고였다. 말할 수없는 모든 것, 결정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건물에 녹여낼 수 있는 것 같았다. 근본적으로, 가장 부끄러운 점은 이것이었다. 섹스에 대한 빈약한 이해도, 불충스러운 인종적 관점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못 한다거나 돈을 못번다거나 자율적 존재로 행동하지 못하는 무능력도 아니었다. 밤에 그와 동료들이 사무실에 앉아 모두각자의 야심찬 꿈의 건축물에 깊이 몰두해 있을 때, 다들 있을법하지 않은 건물들을 스케치하고 계획하고 있을 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매일 밤, 다른 사람들이 창조하고 있을 때, 그는 모방을했다. 여행하면서 본 건물들, 다른 사람들이 꿈꾸고 건설한 건물들, 자기가 살았거나 들어가본 건물들을 그렸다. 이미 만들어 - P100
진 건물들을 개선할 생각조차 없이 그저 흉내만 내면서 다시, 또다시 만들었다. 그는 스물여덟 살이었고, 상상력은 사라졌고, 모방꾼이었다. 그는 겁이 났다. 제이비에게는 연작이 있다. 주드에게는 자기일이 있다. 윌럼도 자기 일이 있다. 하지만 다시는 아무것도 못만든다면 맬컴은 어떻게 하나? 자기 방에서 모눈종이 위로 손만 움직이고 있으면 충분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결정과 정체성의 나날 이전, 결정은 부모님이 대신 해주고 자기는 그저 깨끗하고 날카로운 선, 줄자의 완벽하게 예리한 날에만 집중하면 되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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