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어스는 통나무를 받침대 위에 놓았고, 이마의 땀방울이서늘하게 느껴지고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한동안 톱질을 했다. 현관등이 켜졌다. 마이어스는 작업하던 통나무가 완전히 잘라질때까지 톱질을 했다. 두 토막 난 나무를 차고에 가져다놓고, 집에 들어가 욕실에서 씻은 다음, 자기 방의 테이블 앞에 앉아 공책에 썼다. 오늘 저녁 내 셔츠 소매에 톱밥이 묻어 있다. 달콤한 향이난다.
그날 밤, 마이어스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었다. 마이어스는 침대에서 나와 창밖으로 나무가 쌓인 뒤뜰을 보았고, 그러다 계곡 그리고 이어진 산맥으로 눈을 돌렸다. 구름에 달이일부 가려져 있었지만 봉우리들과 흰 눈이 보였고, 창문을 열자 달콤하고 시원한 공기가 들어왔으며, 저멀리서 강물이 계곡을따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 P47

이튿날 아침, 마이어스는 밖으로 나가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어서 부부가 집을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마이어스는 뒤뜰로통하는 계단에서 솔이 마이어스를 위해 놓아둔 듯한 장갑 한 켤레를 발견했다. 마이어스는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 톱질을 하고 도끼질을 했으며, 이윽고 집에 들어가 샌드위치를 먹고 우유를 약간 마셨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와 작업을 재개했다. 어깨가 아프고 손가락이 욱신거리고 장갑을 꼈는데도 쪼개진 나무가시가 손에 박히고 물집이 부어올랐지만, 마이어스는 계속 작업을 했다. 마이어스는 해가 지기 전에 이 나무들을 모두 자르고쪼개기로 결심했다. 마이어스에게 이건 생과 사의 문제였다. 난이 일을 끝내야만 해. 안 그러면...... 마이어스가 생각했다. 마이어스는 작업을 멈추고 얼굴의 땀을 소매로 닦았다. - P48

내 아버지 이름은 클레비 레이먼드 카버다. 아버지 가족은 당신을 레이먼드라고 불렀고, 친구들은 C. R. 이라고 불렀다. 내 이름은 레이먼드 클레비 카버 주니어다. 나는 이름 뒤에 붙은 ‘주니어‘라는 부분이 싫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나를 개구리라 불렀고, 그건 괜찮았다. 하지만 나중에는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도 나를 주니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열세살인가 열네 살 때, 나를 그렇게 부르면 이제 대답을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기 전까지 아버지는 계속해서 나를 주니어라고 불렀다. 그뒤로 아버지는 나를 ‘닥Doc‘이라 불렀다. 그때부터 세상을 뜨던 1967년 6월 17일까지 아버지는 나를 닥 또는 아들이라불렀다 - P143

아버지가 세상을 떴을 때, 어머니는 그 소식을 알리려고 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당시 나는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서, 인생의목표 사이에서 잠시 쉬며 아이오와 대학의 도서관학과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아내가 전화를 받았을 때 어머니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레이먼드가 죽었어!" 아내는 잠시 어머니가 내가죽었다고 말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다 어머니가 계속 이야기를 하며 어느 레이먼드가 죽었는지 확실하게 밝히자 아내가 말했다. "다행이네요. 전제 레이먼드가 죽은 줄로만 알았어요." - P144

그 시절, 나는 내 가족을 부양하고 생활을 꾸려나가려 애쓰고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이 연이어 일어나서, 우리는 여기저기로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나는 아버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계속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크리스마스에 나는 아버지에게 작가가 되겠노라고 말했다. 차라리 성형외과 의사가되겠노라고 말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뭐에 대해서 쓸 거냐?" 아버지는 알고 싶어했다. 그러고는 나를 도와주겠다는 듯 - P154

이 말했다. "네가 알고 있는 걸 써. 우리가 낚시하러 갔던 일에 대해 써." 나는 그러겠노라고 말은 했지만, 그러지 않으리라는걸 알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쓴 걸 보내주렴." 나는 그러겠노라고 말은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 시절에 낚시에 대한건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아버지가 특별히 관심이 있어 보이지도, 내가 당시 쓰던 글들을 이해할 것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아버지는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쨌든, 내가 쓰는 유의 글을 읽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아버지가 세상을 떴다. 나는 멀리 아이오와시티에 있었고, 아직 아버지에게 못다한 말들이 있었다. 아버지에게 안녕이라는 말도 하지 못했고, 아버지가 새로 시작한 일을 아주 잘하고 있는 듯하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다시 기력을 되찾아 아주 자랑스럽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 P155

스물두 살의 아버지가 담긴 사진


10월. 여기 축축하고 낯선 부엌에서
나는 당혹스러워하는 젊은 아버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부끄러운 듯이 웃음지으며, 아버지는 한 손에는
가시달린 노란색 농어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칼즈배드 맥주병을 들고 있다.

청바지에 데님 셔츠 차림으로, 아버지는
1934년형 포드의 앞쪽 펜더에 몸을 기대고 있다.
자식에게 굳세고 강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는 낡은 모자를 귀 너머로 젖혀 쓰고 있다.
평생 아버지는 용기 있게 살길 원했다.

하지만 두 눈, 그리고 죽은 농어가 매달린 낚싯줄과
맥주병을 힘없이 잡은 두 손은 아버지의 진실을
드러낸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어찌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겠 - P157

습니까. 저 역시
제 술병을 제대로 잡을 수 없고, 낚시할 곳은 알지조차 못하니 말입니다.


이 시는 아버지가 죽은 게 시의 처음에서처럼 10월 October이 아니라 6월June이라는 점만 빼면 모두 사실이다. 나는 여운이 있기를 원했기에 1음절보다 긴 단어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이 시를 썼을 당시 느꼈던 감정에 어울리는 달을 원했다. 낮은 짧고, 빛이 희미하고, 공중에는 연기가 맴돌고, 사물이 소멸하는 때를 원했다. 6월은 밤과 낮이 모두 여름다우며, 졸업식이 있고, 우리 결혼기념일이 있으며, 내 아이 가운데 하나의 생일도 있다. 6월은 아버지가 죽기에 적당한 달이 아니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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