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곳



포인세티아는 멕시코에서 페튜니아는 아르헨티나에서 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름 알지 못하는 곳

구립도서관 앞
새로 조성된 화단의 조그만 팻말을 들여다본다
종합자료실 구석에서 발견한 두 발의 고독을 옆구리에 끼고서

맞은편 두서없이 열거된 사랑빛교회 고려마트 금성얼음
한참을 두리번거린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이국의 어린 풀들은

너무 쉽게 시들고 너무 쉽게
눈을 감을 텐데
머지않아 바닥의 거칠고 메마른 흙을 제 손으로 끌어다 수의처럼 걸칠 것이다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여기가 어디인지

마트에서 그득 채운 비닐봉지를 배낭처럼 부둥켜안고서

콜레우스 메리골드 아스타 팜파스그래스
나는 누구인지

읽을 수 없는
색색의 활자가 저녁 바람에 너풀거린다

굶주린 독수리들이 날아든다 전봇대 아래
누군가 토해둔 썩은 내장

목줄을 풀어 헤친 한마리 들짐승이 갈라진 아스팔트 위를 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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