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마지막의 마지막." 지난 일 년간 나는 새로 발견한 레이먼드카버의 단편소설 다섯 편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친구에게 이렇게 써 보냈다. 그리고 이 구절에서 시인으로서의 나는 ‘마지막까지길이 남으리‘란 울림을 듣는다. 동시에 이 책은 이 비범한 작가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에서 스무 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들을 담고있기도 하다.
레이가 죽은 뒤, 훌륭한 소설가이자 레이 작품의 일본어 번역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내인 요코와 함께 나를 찾아온 적이있다. 그때 하루키가 털어놓길, 번역을 하는 동안 레이가 옆에있다고 느꼈으며 그의 전집 번역을 마치는 게 두렵다고 했다. 그 - P9

리고 이제 나는 그가 느꼈을,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이해한다.
이 과업을 통해, 나는 세상을 영영 떠났다고 생각한 이에게서 뭔가 새로운 것을 듣게 됐을 때 같은 즐거움, 극장의 막이 내린뒤 예기치 않게 무대에 다시 나타난 배우를 봤을 때 같은 즐거움을 누렸다. 만약 오늘날 카프카나 체호프의 원고가 담긴 트렁크가 발견된다면, 사람들은 거기 담겨 있는 걸 보러 몰려들 것이다. 우리가 바로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문학과 삶에 있어 존경하던 낯익은 영혼들에 대해 호기심과 향수와 정열을 느끼는 것이다. - P10

레이의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이 발견은 그가 생전에 출간했던 작품들과 관계가 없으면서도 관계가 있다. 이 발견은 그것을바랐던 이들에게 가치가 있다. 어떤 작가를 사랑하면 그 작가의글을 계속해 읽고 싶어지고, 그 작가가 쓴 모든 글을, 탁월한 것, 뜻밖의 것, 심지어 미완성작까지 읽고 싶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의 가치는 글 전체뿐아니라 표현, 문법, 캐릭터에 대한 인식이나 놀라움, 한 줄 한 줄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과 같은 작은 것들에도 배어 있다.
이 책의 원고들은 서로 다른 때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 첫 발견은 1999년 3월, 레이가 세상을 뜨던 당시 나와 함께살던 워싱턴 주 포트앤젤레스의 리지 하우스에서였다.  - P10

나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무척 존중하고 사랑한다. 단지 전기적이고 문학적인 가치뿐 아니라, 열정과 명확함 또한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영웅담은 사양합니다]를 처음 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윌리엄 L. 스틸에게 큰 빚을 진 느낌이다. 그는 신문과 정기간행물에서 레이가 그때그때의 감흥으로 쓴 작품들을 모았다. 나는 우리가 발견한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제이 우드러프가 개인적으로 보여준 상냥함과 협조에 늘 고마워할 것이다. 전부터 이미 돈독했던 우리의 우정은 이 작업을 하는동안 더욱 두터워졌다.
여기 북서부에서는 자연의 하사품을 받기 위해 빗물통을 설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빗물통은 머리를 감고 식물에 물을 줄 수있는 충분한 연수를 책임져준다. 이 책은 그렇게 하늘에서 곧장떨어진 것을 통에 모아둔 빗물과도 같다. 우리는 언제라도 그 안에 손을 담가 기운을 주고 격려를 해줄 뭔가를, 레이먼드 카버의 삶과 작품에 다시 가까이 가게 해줄 뭔가를 찾을 수 있다.

워싱턴 주 포트앤젤레스 리지 하우스,
2000년 1월
테스 갤러거 - P19

오래전 나는 체호프가 쓴 편지의 한 대목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그와 서신 왕래를 했던 여럿 중 한 명에게 했던 충고로, 대충 이런내용이었다. "친구, 자네는 위대하고 기억에 남을 일을 한 위대한 사람에대해 쓸 필요가 없어." (당시 나는 대학교를 다녔고, 왕자와공작과 왕국의 전복에 대한 희곡들을 읽었다는 걸 감안해주시길. 모험과 그 비슷한기타 등등, 영웅을 그들이 있어야 할 장소에 세우기 위한 과업, 실제 자신의 삶보다도 더 위대해진 영웅들이 나오는 소설들도 읽었다.) 하지만 체호프가 그 편지와 다른 편지들에서 말해야 했던 것들, 그가 쓴 단편들을읽고 난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사물을 보게 되었다.
레이먼드 카버
「소설의 기법 76」 <파리 리뷰>, 1983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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