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분간 그대로 거기 앉아서, 아버지와 나는 배스들이 깊은 물에서 위로 헤엄쳐 올라와 우리 앞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멍청이는 그냥 서서 손가락을 잡아당기며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연못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계란 모양으로 높은 가장 큰 돌더미가 물과 맞닿은 자리. 아버지가 연못에서 가장 깊은 곳이라던 데가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나는 연못 가장자리를 훑어보았다 버드나무숲, 자작나무들, 저 끝에 있는 등심초화단,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검정새들이 날아오고 날아가며 여름처럼 높은 음조로 지저귀는 것을 이제 해가 우리 등뒤에서 기분좋을 정도로 따스하게 목을 비추었다. 바람은 없었다. 연못 곳곳에서 배스들이 위로 올라와 수면을 건드리거나, 물위로 뛰어올랐다가 옆으로 떨어지거나, 아니면 수면으로 올라와 등지느러미만 검정 부채처럼 물 밖으로 내밀고 유영했다. - P302
그해 2월에 강이 범람했다. 12월 초순 내내 우리가 살던 지역 전역에 눈이 심하게 내렸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자 날이 매우 추워지더니 땅도 얼어붙고 눈도 녹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았다. 1월 말이 다가오자 차누크바람이 불어왔다. 어느 날 아침에 깨어나보니 집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지붕에서 물이 졸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닷새간 계속 불었고 사흘째가 되자 강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15피트까지 차올랐어." 어느 날 저녁 아버지가 신문을 보다가 말했다. "홍수위보다 3피트 높아진 거야. 멍청이 녀석 물고기 잃어버리게 생겼군." - P306
습하고 바람이 거센 날이었고, 시커멓고 조각난 구름 덩어리들이 잿빛 하늘을 빠르게 오갔다. 땅은 흠뻑 젖어 있었고 우리는 빽빽한 풀숲에서 물웅덩이와 계속 마주쳤지만 피해갈 수가 없어서 그냥 해치고 갔다. 대니는 그때 막 욕을 배우기 시작한 터라 신발이 물에 잠길 때마다 거칠게 욕설을 잔뜩 내뱉었다. 목초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물이 불어난 강을 볼 수 있었는데, 아직도 수위가 높았고 물이 물길을 벗어나 나무줄기들 주변에서 물결치며 땅을 가장자리에서부터 조금씩 침식하고 있었다. 강가운데에서는 물이 세차고 빠르게 움직였고, 때때로 수면 위로 덤불이나 가지가 튀어나온 나무가 떠갔다. - P307
버트는 이미 재떨이를 집어들고 식탁에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그는 재털이이 가장자리를 쥐고 있었고, 양 어깨가 움츠러들어 있었다. 마치 원반처럼 재떨이를 던질 태세였다. "제발" 베라가 말했다. "좀 가주라. 버트, 그 재떨이 우리 거잖아. 제발. 가라고." 버트는 베라에게 인사하고 테라스 문으로 나왔다.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뭔가는 증명했다고 생각했다. 버트는 그로써 자기가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걸, 그리고 자기가 질투한다는 확실히 보여줬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와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조만간 그녀와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이었다. 정리해야 할 일들이, 논의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아직 있었다. 둘은 다시 대화할 것이었다. 아마도 명절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면. 버트는 진입로에 떨어져 있는 파이를 빙 둘러서 차에 탔다. 시동을 걸고 후진 기어를 넣었다. 그는 거리로 나왔다. 그러고는 기어를 저단에 놓고 앞으로 나아갔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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