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있는데 뒷대문 걸쇠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소리는 분명 들렸다. 난 클리프를 깨우려 했지만 그는 곯아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어나서 창문으로 다가갔다. 도시를 둘러싼 산맥 위에 커다란 달이 걸려 있었다. 하얗고 상처투성이인달, 사람 얼굴을 쉽사리 떠올릴 수 있었다-눈구멍, 코, 입술까지. 빛이 밝아서 뒤뜰이 훤히 보였다. 야외용 의자, 버드나무, 작대기에 걸어놓은 빨랫줄, 내 피튜니아들, 뜰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 열려 있는 뒷대문.
하지만 바깥에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그림자는 없었다. 모든 것이 밝은 달빛 아래 놓여 있었고, 지극히 작은 것까 - P81

지도 내 의식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빨랫줄에 나란히 걸린 빨래집게. 그리고 비어 있는 야외용의자 두 개. 나는 시원한 유리창에 양손을 대어 달을 가리고, 좀더 내다봤다.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는 잠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 뒤척였다. 나는 초대장처럼 열려 있는 뒷대문을 생각했다. 클리프는호흡이 거칠었다. 입은 쩍 벌어지고 양팔은 벌거벗은 창백한 가슴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자기 자리뿐 아니라 내 자리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밀고 또 밀었다. 하지만 그는끙하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난 침대에 좀더 누워 있다가 마침내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일어나서 슬리퍼를 찾았다. 부엌으로 가서 차를 한 잔 탄 다음 식탁에 앉았다. 클리프의 필터 없는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늦은 시각이었다.  - P82

시계를 보고 싶지 않았다. 몇 시간 뒤면 일 때문에 일어나야 했다. 클리프도 일어나야 했지만, 몇 시간 전에 잠들었으니 알람이 울릴 때쯤이면 괜찮을 터였다. 클리프는 어쩌면 머리가 아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피를 엄청 마실 거고 화장실에서도 느긋하게 일을 볼거다. 아스피린 네 알이면 괜찮아지겠지. 나는 차를 마시고 담배를 한 대 더 태웠다. 잠시 후 나는 밖으로 나가서 뒷대문을 잠그기로 했다. 그래서 목욕가운을 찾았다. 그러고는 뒷문으로 갔다.
내다보니 별이 보였지만, 내 주의를 끌며 주위를 집과 나무, 전 - P82

신주와 전깃줄, 동네 전체를 ㅡ 온통 비추는 것은 달이었다. 나는 뒤뜰을 살펴보다 현관을 나섰다. 산들바람이 살짝 불어와서 목욕가운을 여몄다. 나는 열린 뒷대문을 향해 움직였다.
우리집과 샘 로턴의 집을 가르는 울타리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난 얼른 그곳을 봤다. 샘이 울타리에 두 팔을 기댄 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입에 주먹을 가져다 대고는 마른기침을 뱉었다. - P83

나는 그 집에서 나와 보도를 따라 걸었다. 우리집 대문에 손을얹은 채 잠시 멈춰 서서 고요한 동네를 둘러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불현듯 어린아이였을 때 내가 알고 사랑하던 모든 사람들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그리웠다. 나는 잠시 그대로 서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했다. 다음 순간 난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안 되지. 하지만 그 순간, 앞일을 내다보던 젊은 시절에 상상하던 삶과 지금의 내삶이 전혀 닮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 당시에 내가어떻게 살고 싶어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도 계획이 있었다. 클리프에게도 계획이 있었고, 우리가 만 - P91

나서 함께 지내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불을 모두 껐다. 침실에 들어가 목욕가운을 벗어서 갠 뒤, 알람이 울리면 집을 수 있도록 가운을 손닿는 데 놓았다. 나는 시간을 보지 않고 알람 단추가 나와 있는지다시 확인했다. 그러고는 잠자리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클리프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난 그를 쿡 찔렀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그는 계속 코를 골았다. 나는 코 고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가 뒷대문 걸쇠를 잠그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결국 나는 눈을 뜨고 그대로 누워서, 눈을 돌리며 방에 있는 것들을 훑었다. 잠시 후 나는 옆으로 누워 클리프의 허리에 팔을 얹었다. 그리고 그를 조금 흔들었다. 그는 잠시 코 고는 걸 멈췄다. 그러더니 헛기침을 했다. 그는 침을 삼켰다. 뭔가 걸렸는지 가슴에서그르렁거렸다. 그는 무겁게 한숨을 쉬더니,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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