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는,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다고대답한다. ‘당신만을 위한 삶‘은 없다. 오직 ‘당신만을 위한 죽음‘이 있을 뿐이다.
5일마다 되풀이되는 마중의 어느 순간에, 그녀 역시, 법의문 앞의 그 사람이 그런 것처럼, 문득 "꺼지지 않고 비쳐나오는 사라지지 않는 한줄기 찬란한 빛을 볼 것이다. 아마 그럴것이다. 요새를 떠나 허름한 시골 여관에 누운 드로고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순간, "내면 깊숙한 곳에서, 새로운 생각이, 분명하고 무서운 생각이 " 불쑥 떠오르는 경험을 할 것이다, 라고 우리는 예언할 수 있다. 삶의 모든 경험을 통해 그녀가 기다린 것이 죽음이었음을 모를 수 없을 거라고. - P132
그런데 그 빛 가운데 드러난 분명한 얼굴인 죽음은 커다란•질문, 삶의 온 경험이 뭉쳐 이루어진 하나의 큰 의문부호여서, ‘환한 어둠‘ 가운데 자리한다. 죽음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 질문은 환한 어둠에 의해 드러난다. 환한 어둠이라니! 눈앞이 캄캄해도 볼 수 없지만, 눈앞이 하얘도 볼 수 없다. 불가지론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