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을 읽을 때도 그랬는데 [푸른 들판을 걷다]의 첫 단편부터 쉽지 않다. 토 나올 것 같고 한편으론 먹먹하다. 부모는 대체 뭔가! 부모가 권력인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다니! 욕정을 배출하다니!
아이들의 생애 전체를 망쳐버렸다. 오래 전의 글들이지만 지금이라고 다를 것 같지는 않다. 그 생각때문에 메슥거린다.

햇살이 화장대 발치에 닿을 때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행 가방을 다시 들여다본다. 뉴욕은 날씨가 덥지만 겨울이 되면 추워질지도 모른다. 오전 내내 밴텀 닭들이 울었다. 그 소리가 그립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은 옷을 입고, 씻고, 구두를 닦아야 한다. 바깥은 들판에 이슬이 내려서 종이처럼 하얗고 텅비어 있다. 곧 태양이 이슬을 태워버릴 것이다. 건초를 말리기좋은 날이다.
당신 어머니는 자기 방에서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고 문을열었다 닫았다 한다. 당신이 떠나면 어머니는 어떨까. 상관없다는 마음도 든다. - P11

당신은 아침 식사에 쓴 접시들을 건조대로 치운다. 어머니에게 할 말이 없다. 입을 열면 엉뚱한 말이 나올 텐데, 그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당신은 위층으로 올라가지만 방으로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당신은 층계참에 서 있다. 부엌에서 두사람이 뭐라 말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들리지 않는다. 참새가창틀에 휙 내려와 앉더니 유리에 비친 자신을 쫀다. 부리가 유리에 부딪친다. 당신은 참새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새는 곧 날아간다. - P15

큰언니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좋은 기숙학교에 들어가서 교사가 되었다. 유진은 공부를 잘했지만 열네 살이 되자 아버지가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농사일을 시켰다. 사진을 보면 장남과 장녀는 옷을 잘 차려입었다. 새틴 리본, 짧은 바지, 두 눈속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태양, 자연의 흐름에 따라 아이들이줄줄이 태어나는 대로 먹이고 입히고 기숙학교에 보냈다. 가끔 공휴일과 주말이 이어지면 집으로 돌아왔다. 선물과 낙관주의를 안고 오지만 낙관주의는 금방 시들었다. 언니와 오빠들은 모든 것을, 여기서 살던 추억을 떠올리다가도 아버지의그림자가 바닥을 가로지르면 뻣뻣하게 굳었다. 언니 오빠들은집을 다시 떠나면 치유받는 것 같았고, 빨리 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 P16

당신이 기숙학교에 들어갈 차례는 결코 오지 않았다. 그때쯤 되자 아버지는 딸을 가르쳐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신은 어차피 떠날 사람이므로 가르쳐봐야 다른 남자가득을 볼 뿐이다. 하지만 집에서 통학하는 학교에 보내면 집안일과 농사일을 거들게 할 수 있다. 아버지는 방을 옮겼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의 생일날 섹스를 해주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 P16

방에 들어가서 거기서 했다. 오래 걸리지 않았고 소리도 내지않았지만 당신은 알았다. 그러다가 그 역시 멈추었고 대신 당신이 아버지의 방에 들여보내졌다. 한 달에 한 번 정도였고, 늘유진이 집을 비운 사이였다.
당신도 맨 처음에는 아무 거리낌 없이 갔다. 잠옷을 입고 층계참을 가로질러 가서 아버지의 팔을 베고 누웠다. 아버지는당신과 장난을 치고, 칭찬하고, 머리가 좋다고, 제일 똑똑하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끔찍한 손이 옷 속으로 들어와 잠옷을 끌어 올렸고, 우유를 짜면서 튼튼해진 손가락이 당신을 찾았다. - P17

미친 손은 신음이 나올 때까지 그 자신을 만졌고 그런 다음 그는 당신에게 옆에 놓인 천을 달라고, 이제 가고 싶으면 가봐도된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반드시 키스를 해야 했는데, 수염 그루터기가 까끌까끌하고 숨결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가끔 그는 당신에게도 담배를 한 개비 주었고 당신은 그의 옆에 누워서 담배를 피우며 다른 사람인 척할 수 있었다. 끝나고 나면 당신은 욕실로 가서 아무 일도 아니라고 혼자 되뇌고 물이 뜨거우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씻었다.
이제 당신은 층계참에 서서 행복을, 좋은 날을, 즐거운 저녁을, 친절한 말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작별을 어렵게 만들 행복한 기억을 찾아야 할 것 같지만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 - P17

대신 키우던 세터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을 때가 기억난다.
어머니가 당신을 그의 방에 들여보내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헛간에서 어머니가 반으로 자른 나무통 위로 몸을 숙이고 자루를 물속에 넣었고, 결국 낑낑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자루가 고요해졌다. 강아지들을 물에 빠뜨려 죽인 날,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 P18

 마침내 게이트에 도착하니 거의 아무도 없지만 당신은 여기가 맞다는 걸 안다. 당신은 또 다른 문을 찾다가 여자의 신체 일부를 알아본다. 문을 밀자 열린다. 당신은 환한 개수대와 거울을 지나친다. 누군가가 괜찮냐고 묻지만 ㅡ정말 바보같은 질문이다―당신은 또 다른 문을 열었다가 닫을 때까지, 칸막이에 안전하게 들어가 문을 잠글 때까지 울지 않는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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