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그날 아침에 내가 몰랐던 것은 이것이다. 나는 다시는 내 아파트를 보지 못하리란 사실을 몰랐다. 친구 한 명과가족 한 명이 그 바이러스로 죽으리란 것도 몰랐다. 딸들과의 관계가 내가 결코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달라지리란 것도 몰랐다. 내 인생 전체가 뭔가 새로운 것이 되리라는 것도 몰랐다. - P22

우리가 도시를 빠져나갈 때, 나는 내 아파트 건물 옆으로 꽃을 피운 수선화를, 그레이시맨션 근처 나무에서 터지고 있는 꽃망울을 보았다. 태양은 부드럽고 따스한 빛을 내려 보냈고, 사람들은 보도를 걷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오,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가! 우리는 FDR‘로 들어섰고, 거기엔 평소처럼 차가 많았다. 도로 왼쪽으로는 남자들이 체인 울타리를 두른 코트에서 농구를 하고있었다.
크로스 브롱크스 고속도로로 접어들었을 때, 윌리엄이 크로스비 해안에 있었다라는 이름의 타운에 집을 빌렸다고 말했다. 오래전 팸 칼슨의 남편이었던 밥 버지스가 지금 거기 살아서 그 집을 찾아봐주었다고 했다.  - P23

하늘 역시 음산했다-밥이 밖으로 나와서 진입로에 우리 차와 좀 거리를 두고 섰다. 그는 머리가 회색으로 센 체격이 큰 남자였는데, 데님 셔츠와 좀 헐렁한 청바지를입고 있었고, 거기서 우리를 보려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윌리엄이 차창을 열었다. 그러자 밥이 집 앞쪽 포치에 열쇠가있다고 말하고는 어떻게 거기까지 가는지 알려준 뒤 "이 주동안 격리하실 거죠?"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윌리엄이 네, 그럴 겁니다. 하고 대답했다. 밥이 그 기간만큼 버티기 충분한 식료품을 집안에 준비해두었다고 했다. 윌리엄 너머로 쳐다본 그는 아주 좋은 사람 같았는데, 나는 왜 윌리엄이 차에서 내리지 않는지, 왜 그들은 악수하지 않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없었다. 우리는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고, 윌리엄이 말했다.
"우리를 두려워하는 거야. 우리가 방금 뉴욕에서 왔잖아. 그사람 생각에는 우리가 독이야. 진짜 그럴지도 모르고." - P28

길 양옆으로 바다가 있었는데, 이런 바다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구름이 짙게 드리웠는데도 풍경이 믿을 수 없을 만큼아름다웠다. 해변도 없었고, 그저 진회색과 갈색의 돌들 그리고 절벽에서 튀어나온 바위에서 자란 듯한 뾰족한 상록수뿐이었다. 진녹색 물이 바위 위로 넘실넘실 흘러갔고, 거의짙은 구릿빛 갈색이 도는 금색 해초가 진녹색 파도가 찰싹찰싹 밀려오는 바위 위에 물결처럼 누워 있었다. 바다의 나머지는 진회색이었고, 해안 멀리로 아주 작은 흰 파도만 보였다. 그저 광대하게 펼쳐진 바다와 하늘뿐이었다. 모퉁이를도니 바로 작은 만이 나왔고, 거기 바닷가재잡이 배들이 많았다. 너무 많은 공기가 있는 것 같았고, 이 작은 만에 들어앉은 배들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 배들 뒤로 탁트인 바다가 보였다 진심으로 나는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여긴 바다야! 내게는 외국처럼 느껴졌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낯선 곳은 늘 나를 겁먹게 한다. 나는 익숙한 장소가 좋다. - P29

위층에 올라가 창문에 나무가 바짝 붙어 자란 안쪽 침실로들어갔고, 그 순간 창문 반대쪽 벽에 책이 잔뜩 꽂힌 큰 책장이 있는 것이 보였다 전에는 심지어 알아차리지도 못한 것이었다. 대부분 빅토리아시대 소설, 특히 2차대전에 대한 역사책들이 있었다. 나는 거기 침대에서 퀼트 이불 하나를 가져와 내 방 침대에 있는 이불 위에 덮었다. 그리고 잠이 들어밤새 깨지 않고 잤는데, 그 사실이 놀라웠다. 어느 목요일 밤이었다. 그건 기억한다. - P34

우리는 주말을 보내는 동안 함께, 그리고 따로 밖에 나가걸었다. 구름이 짙게 드리워 절벽 위 집 근처 작은 녹색 잔디밭 빼고는 어디에서도 색깔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불안했다. 그리고 계속 추웠다. 나는 추운 것을 견디지 못한다. 어린 시절에 엄청난 결핍을 경험했고, 늘 추웠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남았는데, 그저 따뜻한 곳에 있고 싶어서였다. 심지어 지금도 이 집에서 나는 스웨터 두 벌을 입고 그 위에 윌리엄의 카디건을 껴입는다.


월요일 아침에 윌리엄이 자기 컴퓨터로 뭔가를 읽다가 불쑥 말했다. "엘시 워터스라는 작가 알아?" 나는 놀랐다. "알지." 내가 말하자, 그가 컴퓨터를 건넸다. 그 여자 엘시 워터스에 대해 알게 된 건 그렇게였다.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다가 내가 너무 피곤하다고 해서 못 만난 여자-그녀가 그 바이러스로 죽은 것이었다. - P35

나는 내 아파트를 청소해주는 마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제 더이상 아파트에 오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녀가 지하철을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떠난 다음날 내 아파트에 갔었지만, 다시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편이 그 아파트 건물의 수위라, 마리는 그가 브루클린에서 지하철을 피하려고 거기로 운전해 가고, 매주 내 큰 화분에 물을 줄 거라고 말했다. 그건 내 유일한 화분이었는데, 이십 년 동안 키우고 있던 식물로- 윌리엄과 헤어져 처음 집을 나왔을 때 산것이었다 내가 아주 깊은 애착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 일에 대해, 그리고 그녀가 해준 모든 일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침착하게 들렸다. 그녀는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 나를 위해 기도해주겠다고 말했다. - P37

두 사람 다 일하는 곳이 요양원이라 걱정되었지만, 언니는말했다. "음, 나는 일을 해야 해, 루시." 언니는 그 말을 침울하게 했고, 언니의 침울은 해묵은 것인데, 나도 그 이유를 안다. 언니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언니에게 매달돈을 보내주지만, 언니는 고맙다는 표현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언니를 탓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언니의 남편이 직장을 잃었다. 솔직히 언니를 생각하면 나는 아주 슬퍼지고, 정확히 내가 받은 그 장학금을 받았던 라일라를 생각해도 그렇다. 라일라의 삶이 뭔가 새로운 것이 되기를 내가 얼마나 바랐던가. 하지만 그애는 그것을 해낼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이 다 다른지 누가 그 이유를 알겠는가? 우리는어떤 본성을 타고나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은 우리를 이리저리 휘두른다. - P56

믿기 어려우리란 건 알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우리집 식탁에는 소금과 후추통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몹시 가난했고, 아무리 가난해도 많은 가정이 집에 소금과 후추통을 놓아둔다는 것을 지금은안다. 하지만 우리집에는 없었다. 많은 밤에, 우리는 저녁으로 식빵에 당밀을 발라 먹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음식이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대학에 가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몇 명은 식당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었는데, 어느 밤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이름이 존이었다-존이 소금과 후추 통을 들어 자기 접시에 놓인 고기에 갈아뿌리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했다.
그리고 나는 믿을 수 없었다. - P58

소금과 후추가 만드는 맛의 차이를 믿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음식에 관심이 있었던 적이 없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소포를 들고 포치로 올라왔다. 내게 온소포로 엘엘빈에서 보낸 것이었다. 윌리엄은 산책하러 나가집에 없었고, 상자를 풀어보니 치수가 꼭 맞는 겨울 코트였다. 푸른색이었고, 완벽하게 잘 맞았다. 나를 위한 스웨터도두 번 있었다. 그리고 내 사이즈의 운동화도 한 켤레 있었다!
"윌리엄!" 그가 진입로를 걸어올 때 내가 외쳤다. "당신이나를 위해 주문해준 게 왔어!"
"손 씻어." 그가 말했다. 내가 상자를 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손을 씻었다.
윌리엄이 상자를 포치에 다시 내놓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와 역시 손을 씻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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