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망매
ㅡ흰 꽃들의 노래


너는
거기 앉아
죄 없이 눈부시구나

봄 나무 불길 속에 앉아
헤헤 웃고 있구나

손 흔들며 뛰어갈 때
귓불을 흔들던 작은 귀걸이
때죽나무 조롱조롱 흰 종을 달고

무얼 하고 놀고 있느냐

산천 가득 다시 돋는
하얀 꽃망울
종아리 아래 빛나던
열여덟 네
뒤꿈치처럼

햇빛 재잘거리는 물속
젖은 얼굴에 흰 수국
못다 한 말 자줏빛 꽃술로 품고
산목련 숭어리마다 맺힌 응어리

설운 땅 닿지 말고 딛고 가라고
절뚝절뚝 철쭉이 피네 오르네
더 놀고 가렴
다물지 못한 입에 이팝꽃 피네
천석 만석
저녁을 짓네

이 멀고 억울한 향기
나는 알지
네 몸 냄새
캄캄한 향기

무덤가에 휘이 호랑지빠귀
네 휘파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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