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엔 몹시도 심원한 행복이 있다. 할렐루야가 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나는 이별의 고통이 담긴 처절한인간의 울부짖음과 합쳐진 악마의 환호를, 할렐루야를 외친다. 이제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으니까. 나는 아직 이성을 잃지 않았지만 -이성의 광기라고 할 수 있는 수학을 배웠으므로 -그러나 지금 나는 혈장을 원하고 -태반의 혈장을 그대로 먹고 싶다. 나는 조금 두렵다: 다음 순간은 미지의 것이기에 나를 완전히 맡기기가 두렵다. 다음 순간을, 그걸 만드는 건 나일까? 아니면 그것 자신일까?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통해 함께 그것을 만든다. 투우장에 선 투우사의 솜씨로. - P11

이 말을 해야겠다. 나는 이 ‘지금ㅡ 순간‘의 사차원을 포착하려 하지만, 찰나에 불과한 이 순간은 이미 지나가버렸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새로운 지금-순간이되었으며, 그것 또한 이미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하나의 순간 속에 있다. 나는 이 ‘있음‘을 붙잡고 싶다. 그 순간들은 내가 호흡하는 공기 속을 지나다닌다. 그것들은 폭죽이 되어 공중에서 아무런 소리 없이 폭발한다. 나는 시간의 원자들을 갖고 싶다. 그리고현재를 붙잡는 일은 그 순간의 본질적인 특성상 금지돼 있다. 현재는 스르르 사라져 버리며, 모든 순간이 그 - P11

와 같다. 이 순간 나는 영원한 지금 속에 있다. 오직 사랑의 행위 - 그 맑은 별과 같은 느낌의 추상화- 만이 그 미지의 순간을, 허공 속에서 진동하는 수정처럼 단단한 그 순간을 붙잡으니, 삶은 이 말할 수 없는 순간이다. 사건 그 자체보다 큰 순간: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순간의 보석이, 보편하는 보석이 허공에서 빛난다. 몸의 기이한 영광, 순간들의 떨림 속에서 느낌으로 승화하는 물질-그리고 그 느낌은 형태가 없는 동시에 너무도 객관적이어서 마치 당신의 몸 바깥에서 생겨나는듯하다. 황홀경 속에서 반짝이는 것, 기쁨, 기쁨은 시간의 성분이고 순간의 본질이다. 그리고 순간 속에 순간의 있음이 있다. 나의 있음을 붙잡고 싶다. 나는 새처럼허공에 대고 할렐루야를 노래한다. 그리고 내 노래는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열정이없이는 할렐루야가 사랑의 뒤를 따르지 않는다.
- P12

나는 내 모든 걸 바쳐 당신에게 글을 쓰고 있으며, 나는존재의 맛을 느끼고, ‘당신의 맛‘은 순간처럼 추상적이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도 온몸을 바쳐 형태가 없는 것을 캔버스에 옮긴다. 나는 온몸으로 자신과 씨름한다.
당신은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들을 뿐, 그러니당신의 온몸으로 나를 들어라. 너무 거칠고 무질서한내 글을 본 당신은 내게 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지 않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내가 말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쓰는 것은 나에게 있어 새로운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껏진실한 말에 가닿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나의 사차원이다. - P13

내가 당신에게 글을 써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당신이내 그림에서 명확성 대신에 두서없는 말들을 수확해가기 때문이다. 지금 쓰고 있는 구절들이 조잡하다는건 나도 안다. 나는 너무도 큰 애정을 갖고 글을 쓰는중이고, 그 애정이 글의 결함들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애정은 작품에 좋지 않다. 이것은 책이 아니다. 왜냐하면 남들이 쓰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건 어떤 단일한 클라이맥스일까? 내 삶은 단일한 클라이맥스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다. - P15

하지만 나는 온몸으로 당신에게 글을 쓴다. 말의 여린 신경에 가 박힐 화살을 쏜다. 나의 은밀한 몸이 당신에게 말한다: 공룡, 어룡, 사경룡. 그저 소리라는 의미밖에 지니지 않은 이 말들은지푸라기처럼 마르지 않고 축축해진다. 나는 관념들을 그리지 않고 도달할 수 없는 ‘영원‘을 그린다. 아니면, ‘무‘, 영원이나 무나 결국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림 그리기를 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단단한 글쓰기를 쓴다. 나는 말을 손에 쥐고 싶다.
말은 하나의 물체일까? 나는 순간들로부터 주어진 열매의 즙을 짜낸다. 삶의 핵심에, 삶의 씨앗에 다다르려면 나 자신을 소거해야만 한다. 순간은 살아 있는 씨앗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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