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灣)



동지 지난 어느 날이다
고양이 눈같이 새파란 달이
떴다

말수 적은 어느 집 새색시의
조브장한 허리를 막 빠져나온 듯
맑은 달이다

귓전에 묶어놓은 썰물 소리들이
이 시린 자갈밭들을 씻어다가
올려놓은 것인가?

썰물 뒤의
긴 모래톱 걸어간
발자국 하나
또하나
나란히
안 보일 즈음
달은 지나
달은 지나

달은 자글자글하게 금이 간 채
나뭇가지에도 걸렸다

무인도를 지나며



사랑의 최종점,
사랑의 열락, 꽃봉오리, 타오름, 에
사람이 살지 않듯
아무도 없으나
그러나 저 사랑의 아슬아슬한 자세!

이 세상 모든
그리움이
새파란
물이 되어
옹립하는

사랑의 변주

비 가득 머금은 먹구름떼 바라보는 할머니 눈매


불현듯
비 가득 머금은 먹구름떼 몰린다
일손 놓고, 넋 놓고
바라보는
할머니 눈매
위에 흰 돛배 하나 떠서
위태롭다

여기는 모두
선상이다

봄빛 근처
-옛 공원에 와서



봄은 아직 일러 나뭇가지들은 내내 적막하고 나는 왜 이 공원에 앉아서 근처를 맴도는 바람결같이 침침한 눈으로 저 먼바다 기슭을 바라보는 것이냐.
지난겨울 내내 나는 무슨 뉘우칠 일이 많아 저 바다는또한 내게 저토록 많은 빛을 모아 반짝이는 것이냐.
늑골 속에서 부- 뱃고동 소리 뽑아가는 저 물위의 신작로.
무엇이 그리 안타깝게 궁금해 저녁해는 자기 생각 깊이깊이 잠기는가.
잠겨...... 自己까지를 없애는가.

인연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봤더라
오 그래,
네 젖은 눈속 저 멀리
언덕도 넘어서
달빛들이
조심조심 하관하듯 손아귀를 풀어
내려놓은
그 길가에서
오 그래,
거기에서

파꽃이 피듯
파꽃이 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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