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지금 이 순간을 떠도는 행려들의 꽃핌을 위하여.
위하여,라고 기어코 쓸 수 있기 위해 수없이 발목을 삔
갸륵한 의지의 몽유를 위하여.
그리하여 찾아낸 바로 당신을 위하여.

2016년 4월
김선우

花飛,그날이 오면


길 끝에 당도한 바람으로 머리채를 묶은 후
당신 무릎에 머리를 대고 처음처럼
눕겠네 꽃의 은하에 무수한 눈부처와
당신 눈동자 속 나의 눈부처를
눈 속에 모두 들여야지
하늘을 보아야지
당신을 보아야지
花, 飛, 花, 飛,
내 눈동자에 마지막 담는 풍경이
흩날리는 꽃 속의 당신이길 원해서
그때쯤이면 당신도 풍경이 되길 원하네

그날이 오면
내게 필요한 건
이름 붙이지 않은 꽃나무 한 그루와
당신뿐
당신뿐
대지여

소울메이트


1

반쪽 빛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반쪽 어둠을찾아 영접하는 것이다.

영혼은 본래부터 완전하였다.


2

영혼의 혈거

그 바닥엔

우주먼지로 지어진 밥상 하나

그 위엔

먼지의 밥 한 그릇 숟가락 두 개

바라보며 나누어 먹으며 가끔 입가를 
닦아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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