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뭉클한 새가 우리 사이에 있는 듯
위에서 보는 마음이 아프다
식탁 위의 전등과 싱크대 위의 전등 스위치가 나란히 붙어 있는 것처럼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
책 표지를 넘기면 나타나는 하얀 빈 종이 위에
진통제로 몽롱한 선생님이 쓰신 글씨 두 개처럼
이 세상에도 저세상에도 문이란 게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제야 느낀다
새가 날지 않으면 세상이 거울처럼 납작해진다는 것
그리하여 나의 새는 잠들어서도 날아간다는 것
그 새가 다시 유리창을 쪼는 동안
내게 일어난 증상 -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