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클라리시 리스펙토르(Clarice Lispector)
1920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생후 두 달 만에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이민을 가 대부분의 유년시절을 북동부에서 보냈고, 이후 리우데자네이루로 이주했다. 이탈리아에 머물던 1944년 데뷔작 『야생의심장 가까이』로 그라사아랑냐상을 수상했고, 뒤이어「어둠속의 사과]단편들』『G.H.에 따른 수난』등을 발표했다. 또 배움 그리고 기쁨의 책들』로 황금돌고래상을 수상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소설인 『별의 시간』은 1977년에, 『삶의 숨결』은 사후에 발표되었다. 작가로서의 생활고와 1967년 화재로 입은 화상의 후유증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다가 1977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도달할 수 없는 것은 언제나 푸르다. -내가 최초의 우주 비행사였다면, 내 기쁨은 두 번째 인간이세계에서 돌아왔을 때에만 되살아날 것이다. 그 역시 봤을 테니까. 어떤 묘사도 ‘봤다‘라는 것을 대체할 수 없으니까. 봤다는 것온 봤다는 것에만 비교된다. 다른 어떤 사람이 내가 본 것을 똑같이 볼 때까지는 말을 할 때조차도 내 안에 커다란 침묵을 간직할것이다. 고찰: 나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이미 신을 목격했을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이 본 적이 없다면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니까. -위대한 세상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이야말로 우연이라는 큰 행운이다. 미래에 관해 말하자면, 더 오래살아 더 많이 보기 위해서 우리는 담배를 줄이고 우리 자신을 돌봐야 한다. 나아가 과학자들에게 서두르라고 보채야 한다-우리의 개인적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 때문이다. - P16
"내가 뭘 해야 하지? 나는 삶이 견딜 수가 없어. 인생은 너무 짧은데도 삶을 견딜 수가 없다고." "나도 모르겠어. 나도 같은 것을 느껴. 그러나 뭔가 있어, 많은것이 있어. 절망이 빛이요, 사랑이 되는 지점이 있다고." "그다음에는?" - P19
"그다음에는 자연이 오지." "자연, 그게 네가 죽음에 부여한 이름이야? "아니, 그건 자연이야, 나는 그것을 자연이라 불러" "모든 생명이 그랬을까?" "난 그렇다고 생각해." - P20
나는 이 새로운 일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진짜 칼럼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을 쓰는 것 말이다. 이 분야뿐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글을 쓰는 것에도 초짜다. 이미 전문 기자로 활동했었지만 정식 계약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이름을 올린다면자동으로 개인을 더 드러내는 일이 될 텐데, 내게는 그 일이 마치영혼을 내다 파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한 친구에게 그렇게말하자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글을 쓰는 것은 어느정도 자신의 영혼을 파는 일이야." 맞는 말이다.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신을 많이 드러낸다. 그러나 의사인 한 친구는생각이 달랐다. 그녀는 자기 일에 영혼을 바치지만 생활도 해야하니까 돈을 받는다고 한다. 결국 나는 가장 커다란 기쁨으로 여러분에게 내 영혼의 일부를 토요일에 나눈 이 대화의 일부를 판다. - P21
느끼지 않는다는 것 익숙함이 추락을 무디게 했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덜 느끼게 되면서 경고와 징후로서 고통이 지닌 이점도 잃었다. 오늘날 그는 훨씬 더 평온하게 살아가지만 그의 삶은 위험한 상태다. 어쩌면그는 죽음의 문턱에 한 발짝 다가섰을지도 모르고, 이미 죽기 한발짝 전일 수도 있다.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말이다. - P28
향해 가다 간밤에 고양이가 너무 우는 바람에 생명을 향한 깊은 동정심을느꼈다. 그 동정심은 고통과 닮아 있었고, 인간과 동물 들이 쓰는 표현에 따르면 고통이 맞았다. 하지만 고통일까? 혹시 ‘가는것‘, ‘향해 가는 것‘은 아닐까? 살아 있는 것은 향해 가는 것이니 - P28
봄을 쓰다 새 계절에 처음 느끼는 온기, 첫 숨만큼이나 오래됐다. 미소가새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거울도 보지 않고 바보 같은 천사의 미소를 짓는다. 새로운 계절은 이미 한참 전에 도래를 예고했다. 갑작스레 다시 유순해진 바람, 처음 찾아왔던 달큰한 공기. 말도 안 되지! 이 달큰한 공기가 또 다른 달콤한 공기를 몰고 오지 않는다는 것은있을 수 없는 일이지! 좌절한 가슴이 말한다. 말도 안 돼! 아직 차갑고 매서운 기운이 남아 있는 봄의 온기가 메아리친다. 이 공기가 세상의 사랑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까맣게 그을어 말라버린 것들을 잘게부순 심장이 미소를 띠며 반복해서 말한다. 공기가 이미 가져다준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아직 한기가 남아 있는 그 첫 번째 온기는 모든 것을 가져온다. 그것뿐이다. 나눌 수 없는 모든 것. - P30
끝없이 달콤한 죽음의 환희를 붙잡을 수 있을까? 아, 나는 결국 최대한 잘 죽기 위해 최고의 것을 살지 못할까 봐 심히 걱정스럽다. 나는 봄의 우스운 행복으로 향하는 골목에서 내가 죽는것을 누군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심히 걱정스럽다. 그렇지만 나는 그 행복이 오는 것을 단 한 순간도 재촉하지 않을것이다. 살아서 기다리는 것은 나의 무녀가 벌이는 철야 의식이니까. 밤낮으로 촛불이 꺼지지 않게 하겠다. 최상의 기대 속에서더 오래 불을 밝힐 수 있도록. 봄의 첫 온기...... 그러나 그것은사랑이다! 행복은 내게 딸아이의 미소를 준다. 나는 머리를 잘손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림은 내 안에서 더는 버텨내지 못한다. 내가 나를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은, 그토록 긴 기다림으로 땀방울이 식은 가운데 결국 나의 첫 번째 봄의 죽음을 잃는것은, 때가 되기도 전에 죽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호기심에 미리 죽는다. 나는 벌써 새로운 계절이 궁금하니까. 그러나 나는 기다릴 것이다. 조심스럽게, 참으면서, 절제된 욕 - P32
망으로 작은 부스러기까지도 놓치지 않고 먹으면서 기다릴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원한다. 그 어떤 것도 이토록 영원한, 지금도 이미 존재하고 실재하는, 나의 생인 나의 죽음에 과분한 것은없으니까.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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