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봄도 봄이지만
영산홍은 말고
진달래 꽃빛까지만

진달래꽃 진 자리
어린잎 돋듯
거기까지만

아쉽기는 해도
더 짙어지기 전에
사랑도

거기까지만
섭섭기는 해도 나의 봄은
거기까지만




봄나무


저 나무가 수상하다

‘아름다운 그대가 있어
세상에 봄이 왔다‘
나는 이 글귀를
한겨울 광장에서 보았다

스멀스멀
고목 같은 내 몸이
싹을 틔울 모양이다

편지


‘기루다, 기루어하다‘라는 말이 있어요 ‘없어서 아쉽다‘ 라는 뜻이 담긴 말인데 ‘그리다, 그리워하다‘하고는 뉘앙스가 조금 다릅니다 만해 선생이 즐겨 쓰던 말이기도 한데요 나는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이 단어가 자꾸 떠올라요지난 삼월 이래 생겨난 현상이지요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이별 1


그대 떠나도
거기 있을 거야 나는

산이니까

이별 2


그대 보내고
우두커니 서 있네 나는

산이니까

신현정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의 시를 읽고 나서
나도 좀 착하게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더 늦기 전에
남의 집 마당이라도 쓸어주고는 가야 할 텐데
풍뎅아
어린 시절
네 목을 비틀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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