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동백꽃은 


2월은 좀 무언가가 부족한 달
동백꽃은 한떨기 한떨기 허공으로 툭 떨어진다
떨어져서도 꿈틀대며 며칠을 살아 있는 꽃 모가지
낙태와 존엄사와 동반자살, 그런 무거운 낱말을 품고 
선홍빛 꽃잎, 초록색 잎사귀
툭, 동백꽃은 모가지째로 떨어져 죽는다.
부활이란 말을 몰라
단번에 죽음을 관통한다

더이상 퇴로는 없었다.
칼로 목을 자르자 하얀 피가 한길이나 솟구치고 
캄캄해진 천지에 붉은 꽃비가 내렸다는
겨울 속의 봄날
산 채로 모가지가 떨어지고
모가지째로 허공을 긋다가 땅바닥에 툭 떨어져
피의 기운으로 땅과 꽃봉오리는 꿈틀대고

한떨기 한떨기가 피렌체 르네상스 같은 동백꽃,
너무 아름다워 무서웠던 파란하늘 아래
꽃의 성모 마리아, 빛나는 한채의 두오모 성당의 머리를들고
툭, 무겁게 떨어지는 동백꽃

여한 없이 살았다
여한 없이 죽었다
불멸이란 말을 몰라 날마다 찬란했다

섬초


섬초는 묻는다
비금도의 시금치
차가운 해풍의 한가운데
얼음을 배로 밀고 나가는 푸른 밭의 쇄빙선
섬초
섬초에서는 난초꽃 향기가 난다
해안가 언덕에 바싹 붙어 파도소리를 세다보면
초산의 젊은 엄마 유방에 젖이 돌기 시작하는 것처럼
거친 잎사귀에 단맛이 돌고
난초가 따뜻한 곳에서는 꽃눈을 틔우지 않는 것처럼
비금도의 시금치는
아랫목 같은 것은 모른다
비둘기 발처럼 빨갛게 되도록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언 땅에 발을 꼭꼭 묻고섬초는 이렇게 시퍼렇게 만개할 때까지
쇄빙선의 칼 같은 배를 밀고 간다
올리브산의 포도나무처럼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그림
빨간 수박처럼

해안가 얼음산을 헤치고
파도소리를 줄기 속으로 밀고 가면 갈수록
비금도의 난초
속으로 단맛이 돌며
난초꽃 향기를 은은히 뿌리는 푸른 잎 무성한 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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