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우물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기억하고 있다

저녁은 모든 희망을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
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
그는 병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
가만히 멈춰 있기죠
그는 병들었다. 하지만
나는 왜 병이 좋은가
왜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나
그는 버르적댄다
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
침이 흐른다
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평에
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
어떤 기적이 필요하다
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벌받고 있지 않는가, 그는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

변칙에 대한 갈망으로 불탄다
새날이 와야 한다
나는 모든 자폭을 옹호한다.
나는 재앙이 필요하다
나는 천재지변을 기다린다
나는 내가 필요하다
짧은 아침이 지나가고,
긴 오후가 기울고
죽일 듯이 저녁이 온다
빛을 다 썼는데도 빛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안된다
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준다
그는 힘없이 낫는다.
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는 무장봉기를 꿈꾸지 않는다 
대홍수가 나지 않아도,
메뚜기떼가 새까맣게 하늘을
덮지 않아도 좋다

나는 안락하게 죽었다
나는 내가 좋그는 돼지머리처럼 흐뭇하게 웃는다
소주와 꿈 없는 잠
소주와 꿈 없는 잠

깔깔대는 혼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기를
살려주는 일
정말 해야 할 일도 저에게 위로를
던지지 않는 일
입이 말을 못하겠나
손이 구원을 못 쓰겠나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일
여름 마당에 병아리들 불러 모아 모이 주는
어른 흉내 내어
빈손을 감추고 구구구
장난치는 아이처럼
누가 마음 없이 마음을 못 내놓나
죽음 없이 시체를 못 내놓나
깔깔대는 혼이여
거품 같은 몸이여
모두 일 나가고 저물도록 혼자 집 보는 것
무섭고 외롭더라도

조금만 더 외로워보아
조금만 더 정신을 잃어보아
원한 없는 열개 스무개 닭 모가지들이 
갸우뚱 올려다보는 하얀 마당
원한 없는 열개 스무개 닭 모가지들이
갸우뚱 내려다보는 검은 잠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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