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그림들은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어떤 사물의 그림이 아니다. 과정의 순간이 캔버스에 포착된 것이다. 그것은 순수 회화다.
존은 순수에 열광한다. 그러나 그 열광은 오직 미술에만 한정된 것이다. 그것은 모든 어머니들, 특히 그의 어머니에 대한 과장된 항의 선언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살림살이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어쩌다 하는 설거지도 그는 빵 부스러기와 통조림 옥수수 낟알이 배수구에 걸려 있는 욕조에서 한다. 거실 바닥은 주말이 지나간 해변같다. 침대보는 그 자체가 ‘과정의 순간‘을 보여 주고 있는데, 그 순간이라는 것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 나는 그나마 덜 더러워 보이는슬리핑 백에서 자는 것을 선호한다. 욕실은 북쪽의 외딴 휴게소 화장실처럼 보인다. 변기 안쪽에는 갈색 테가 보이고 담배꽁초가 떠다니며, 타월이 혹시라도 있을 때면 손자국이 마구 찍혀 있고, 정체 모를 종이 조각들이 바닥 이곳저곳에 뒹군다. - P189

그러나 이 모임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이유는 알 수없다. 나는 어색하고 막연한 느낌에 사로잡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말이 틀린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고통받지도 않았고 권리를 쟁취하지도 않았으므로 말을 꺼낼 권리가 없는 것이다. 문 안쪽에서 판결과 비난 어린 선고가 내려지는 동안 닫힌 문 밖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호감을 사고 싶기도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린다. ‘자매애란 내게 어려운 개념이야,
나는 자매가 없었으니까. 형제애는 어렵지 않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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