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세요


너는 들어오지 마ㅡ
그 안으로 들어간 누군가가 외쳤고
나는 잠에서 깨었다

이불을 걷고 거실로 나와
찬물 한 컵과 마주하여 앉았다
창 바깥에는 사다리차가
누군가의 세간살이를 분주하게 나르고 있었다

찬물이 식어가는 동안에
찬물을 마시지 않았다

파란 박스가 네 개씩 포개어져 누군가의 거실로
차곡차곡 운반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곧 이웃 사람이 될 것이다

너는 들어오지 말라던
그 안을 나는 알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나에게 남긴 한마디를

나는 모두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찬물이 식어가고 있다

세수를 했다
흰 비누 거품으로 칠해진 얼굴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았다

이 얼굴은 한 번도 진심으로 미워해본 적이 없다
악몽이 보호하고 싶어 하는
나를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사 왔어요ㅡ
인터폰 화면 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채워져 있다
현관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안으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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