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우리는 너무 떨어져 살아서 만날 때마다 방을 잡았다.
그 방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파티를 했다.
자정을 훌쩍 넘기면 한 사람씩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누군가는 체크아웃 시간까지 혼자 남아 있었다.
가장 먼 곳에 사는 사람이었다.
건물 바깥으로 나오면
그 방 창문을 나는 한 번쯤 올려다보았다.



2023년 9월
김소연

사라지는 일에 하는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힘찬 삶의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상기해내면서.

파멸하고
추락하는 것에
실패하기.
물러서기.

자신의 역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인간에게 또 다른 방식의 영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 사람은 생각한다.

그 사람은
벼랑 끝에서
황금빛 테두리에 갇혀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그 사람은 올무를 손에 들고 서 있다.

그 올무를 손에 들려준
또 다른 올무를 든 사람들과 마주 서서
우정을 나눈다.

거기에 깃든 온기와 온화를
나는 매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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