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일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 게 몇살 때부터일까.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가 아닐까.
나는 차라리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기를 바랐다. 아버지가 절대로 자신의 손으로 어머니를 죽이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은 뒤로는 아버지는 금치산자처럼 어머니 없이는 하루도제대로 살지 못했다. 의식주를 온전히 어머니에게 의지했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 사람이 아버지였다는 생각을 하면나는 고통스러웠다. 어머니가 대구에 있는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숨을 거둘 때, 형과 나는 경부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나는 시속 백삼십 킬로로 차를 몰며 어머니가 제발 살아 있기를 기도했다. 그것은 내 처음이자 마지막 기도였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 어머니의 숨은 끊어져 있었다. 여섯 살이나 나 - P141

이 차이 나는 형을 만날 때마다 나는 궁금했다. 폭력이 장남인 그에게도 공평하게 대물림되었는지.

나는 어깨를 앞으로 쑥 내밀고 그의 얼굴 가까이 내 얼굴을 들이댔다. 종업원이 볼 때 우리가 마치 키스를 나누는 것처럼 보일 만큼,
"폭력도 대물림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 P142

첫 폭력은 그녀가 자취를 하던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미끄럼틀 옆에서였다. 연애를 시작한 지구 개월쯤 되었을때였다. 마산이 본가인 그녀는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있었다.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 빛나는 교실 유리창들이 내가그녀에게 하는 짓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지않아 운동장 둘레에 심어진 플라타너스들은 굳은 유화 물감덩어리 같았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회식이 있었고, 회식 장소인 고깃집이 시장통처럼 시끄러워 전화가 걸려온 것을 몰랐다는 그녀의 항변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경비원이 플래시를 흔들며 다가왔다.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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