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을 하고 있었다. 마을에 할당된 공출량 중에 제일 많은 양을 살기가 좀 나은 편인 그가 맡아주었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고마워했다. 그는 서른마리 넘게 말을 키웠는데, 그 때문에 마당이 다른 집보다 두배나 넓고 마구간도 남쪽 울담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컸다. 그많던말이지금은 강제공에 빼앗겨 열다섯마리만 남았다. 열두마리는 징용당한 청년들과 함께 홋카이도 탄광과 규슈탄광에 끌려가 있었고, 나머지 세마리는 한라산 아래 부대오름의 진지동굴 파는 현장에서 청년들이 곡괭이로파낸 흙과 돌을 날랐다. 급박해진 정세에 따라 진지동굴작업을 단기간에 끝내야 했으므로 사람과 말이 함께 채찍을 맞으면서 혹독한 노동에 허덕였다.  - P213

그래서 창세의 외삼촌은 부대오름의 진지동굴과 와흘 마을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말들이 과로로 쓰러지지 않도록 방목중인 다른 말들을 이끌고 가서 교대해주곤 했다. 말은 일단 과로로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수가 많았다.
외갓집에 간 이튿날 창세는 노역으로 골병든 말 두마리가 외삼촌과 함께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망가진 몰골이 너무도 애처로웠다. 혹사당한 끝에 빈사상태에 이른말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먹지 못해 골병든 사람들 얘기를 하면서 외삼촌의 구둣솔처럼 짙고 억센 눈썹이 분노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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