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낭만주의적 지진아의 고백 눈물겹기도 하지만, 이제 가야만 한다. 몹쓸고통은 버려야만 한다.
한때는 한없는 고통의 가속도, 가속도의 취기에 실려 나 폭풍처럼 세상 끝을 헤매었지만 그러나 고통이라는 말을 이제 결코 발음하고 싶지 않다.
파악할 수 없는 이 세계 위에서 나는 너무 오래 뒤뚱거리고만 있었다
목구멍과 숨을 위해서는 동사만으로 충분하고, 내 몸보다 그림자가 먼저 허덕일지라도 오냐 온몸 온정신으로 이 세상을 관통해보자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을 때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을 수 없는 곳에서 혹 내가 피어나리라.
-최승자의 시 <이제 가야만한다>
어찌 보면 돈의 만족보다 삶의 만족을 이루기가 더 쉽다. 이른 나이부터 안빈낙도하기는 어렵겠지만, 일찌감치 돈에 정신을 묶어 두는 것도 서글프다. 마흔일곱에 겨우 벼슬에 오른 두보는 어지러운 정국과 부패한 관료사회에 실망해 시를 짓고 숨을 마셔 가며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젊은 날 자유하고 성찰하며 살았던 사람은 자기 삶을 짓누르는 나쁜 공기를 금세 알아챈다. 이것은 위대한 능력이다. 두보를 봐도 그렇다. 부귀영화에 이 한 몸 던져 행복하려는 사람이 있고, 멋진 영화에 이 한몸 얽맬 필요가 있으랴 노래하는 이가 있다. 둘 다 자기 선택이 - P204
겠으나 젊은 날들 경험과 감각이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됨은분명해 보인다. 인생의 꽃 시절은 짧고, 삶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다. - P205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당신의 첫,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그건 내가 모르지 당신의 잠든 얼굴 속에서 슬며시 스며나오는 당신의 첫, 당신이 여기 올 때 거기에서 가져온 것. 나는 당신의 첫을 끊어버리고싶어. 나는 당신의 얼굴, 그 속의 무엇을 질투하지? 무엇이 무엇인데? 그건 나도 모르지. 아마도 당신을 만든 당신 어머니의 첫 젖 같은 것. 그런 성분으로 만들어진 당신의 첫.
김혜순의 시 <첫>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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