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날카로운 말은 아프지 않아
폭풍우 치는 밤은 무섭지 않아
아픈 것은 차라리 고요한 것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 너의 얼굴

너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나의 땅은 그럴 때 흔들린다
네가 어떤 모양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모를 때
온 풍경이 너의 절망을 돕고 있을 때

창밖엔 때아닌 비가 오고
너는 우산도 없이 문을 나선다

이제 나는 너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몇걸음 채 걷지 못하고 종이처럼 구겨졌을까
돌아보다 돌이 되었을까

나의 상상은 맥없이 시든다
언어만으로는 어떤 얼굴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오후
성벽 너머의 성벽들
빗방울이 머물 수 있는 공중은 없듯이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도 찰나의 힘으로 떠돌겠지

그러나 내일 나에게는 하나의 얼굴이 부족할 것이다
깊은 어둠에 잠겼던 손이 이전과 같을 리 없으므로
그 손이 끈질기게 진흙 덩어리를 빚을 것이므로





흐린 5. 18의 아침
어제는 아무렇지않던 시가
오늘은 다르다.
지금, 우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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