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있었다

그는 날이 제법 차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금 외롭다고도

오늘은 불을 피워야지
그는 마른 장작을 모아다 불을 피웠다

불아 피어나라 불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었다

삼키는 불이 아니라 될 수 있는 불
태우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이런 곳에도 집이 있었군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호주머니 속 언 손을 꺼내면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손금이 뒤섞이는 줄도 모르고

해와 달이 애틋하게 서로를 배웅하고
울타리 너머 잡풀이 자라고
떠돌이 개가 제 영혼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가
내 안에서 죽은 나를 도닥이다 잠드는

불은 꺼진 지 오래이건만
끝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
불은 조금도 꺼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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