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탈리아 하면 으레 옛 로마 제국과 베네치아, 피렌체 같은중세 도시국가를 떠올린다. 그래서 대다수 여행자들은 이탈리아반도의 절정을 느낄 수 있는 밀라노-베네치아-피렌체-로마-나폴리를다녀온다. 이는 1786년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가 선보였던 이탈리아기행 루트와도 비슷하다. 당시 30대 초반의 괴테는 "로마에 들어섰을때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탈리아에서 큰영감을 받았다. 괴테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이탈리아 여행코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크게 변함이 없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이한 이탈리아 여행자다. 나의 여행은 이런고전적인 이탈리아 여행 루트에서 한참 벗어났다.
로마-베네치아-나폴리 등을 대신해 내가 고른 도시는 볼로냐였다.
나는 2019년 이탈리아에 있는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요리학교ICIF에 유학을 다녀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레스토랑 인턴실습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나는 볼로냐와 시칠리아에 - P6
각각 한 달씩 있다가 귀국했다.
볼로냐와 시칠리아를 고른 데에는 학교에서 강의를 했던셰프들의 영향이 컸다. ICIF는 토리노가 주도인 이탈리아 북부피에몬테주에 있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피에몬테는 프랑스 문화와 이탈리아 문화의 교차점에 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그런데 이 자부심 강한 피에몬테 사람들이 이탈리아 맛의 원조로 꼽는 도시가 바로볼로냐와 시칠리아다.
볼로냐가 자리한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이탈리아인들의골수라고 할 수 있는 치즈와 살루미 (햄)이 유명하다. 우리가 ‘샌드위치 햄‘으로 부르는 커다랗고 둥근 햄은 볼로냐에서 만든 모르타델라에서 시작되었다. 이 햄은 신성로마제국을 통해 스페인으로 전해졌고 남미로 퍼졌다. 이 햄뿐 아니라 이탈리아인의자존심으로 불리는 돼지 뒷다리로 만드는 생햄인 프로슈토의 집산지도 볼로냐다. -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