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앤딩 내레이션
[이남규, 김수진] p112, 113


자신이 70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혜자는 씩씩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하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엄마 옆에 앉아서 날마다 느끼는 자신의 변화를 고백합니다.
"그냥 궁금했어. 여기서 얼마나 더 나빠질까. 요즘 아침마다일어날 때 좀 놀라. 하루가 다르다는 게 이런 말이구나. 어젠 분명 저기까지 걸었는데 오늘은 숨이 가빠.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지는 건가 궁금해서……. 화장실 가는 것도 자기 마음대로못 간다며, 늙으면 나도 좀 더 차례차례 늙었으면 받아들이는게 쉬웠을까 싶은 거지 그냥."
그러자 엄마가 말합니다.
"다시 애기 때로 돌아가라는 거라고 생각하면 단순해져. 이제 누군가의 도움 없인 살 수 없는 때로 돌아가는구나, 그런."
‘드라마가 마지막으로 향해 갈 때 혜자는 말합니다. - P103

"긴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젊은 내가늙은 꿈을 꾸는 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꾸는 건지.....…. 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나의 인생이 불행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행복했던 기억부터 불행했던 기억까지, 그 모든 기억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 기억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무섭습니다."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모든 꿈이 과거형이 되어 버린준하(남주혁)가 젊은 혜자(한지민)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우동 국물 위에 뜬 기름띠를 보면서 무지개 떴다며 혜자는 호들갑을 떱니다.  - P104

여기까지 오는 데 참으로 오래 걸렸습니다.
연기라는 세상 밖으로 나가 본 적 없는 바보라
가볍게 휙 떠나올 수 없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게 인생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 볼 만한 거겠지요.
이 길에서 자꾸만 나의 지난 일들이 겹쳐집니다.
하늘이 허락해 주시지 않는다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80을 눈앞에 둔 내 인생의 길 끝에서
나는 내 꿈 앞에 서 있습니다.

광고에서 이 내레이션이 끝나고, 저쪽 하늘에서 이쪽 하늘까지 펼쳐진 오로라를 바라봅니다. ‘나를 믿고 걸어갑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내가 읽는 마지막 내레이션이 곧 나자신의 말이기도 합니다.  - P108

나이가 들면 그렇습니다. 손이 바쁘고 주변이 어수선해집니다.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많아집니다.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하고 있지, 하고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부산스럽고 수선스러웠지만,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이 때 - P111

론 불행하고 때론 행복하다는 것을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할지라도 그래도 살아서 좋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대본을 쓴 이남규, 김수진 작가에게 허락을 받아 이곳에도옮겨 놓습니다. 내레이션 녹음을 위해 수십 번 읽고,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위해서도 여러 번 반복해 읽었지만 다시 읽어도좋은 글입니다. - P112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 P112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P113

셜리 발렌타인」 단순히 갇힌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여성이 이혼한 친구의 제의로 그리스 해변으로 떠나는 이야기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 연극이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여자를 통해 인간의 의미 없는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셜리는 누구나 조금씩 닮은 보통 여자입니다. 나에게도 셜리의 모습이 조금은 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마음속은 잘고도 깊은 상처로 금이 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여러 꿈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꿈과는 전혀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꿈을 잃은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점, 그것이 이 연극의 매력입니다. 특히 여자가 끝부분에서 자신만 불행한 게 아니라남편도 마찬가지란 사실을 깨닫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눈자체가 커진 것입니다. - P122

어"
상처투성이가 된 셜리는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날마다 자기 생각만 하던 여자가눈을 뜬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게 되는행복한 결말입니다.
안락한 현실로부터 탈출해서 자기를 찾는 게 진짜 인생을사는 것이 아닐까? 그냥 편안하게 안주해 버리면 삶의 모든 시간을 소모해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상처를 입더라도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던가는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셜리 발렌타인」은 일깨워 줍니다. 셜리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불쌍한 여자입니다. 그러나 혼자가 되면서 자기를 찾습니다. 행복해지려면 좀 더 단순하고 혼자가 되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꿈꾸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그것은 인생의 낭비이니까. - P123

나는 매니저도 없고, 소속사도 없습니다. 누가 나를 매니지먼트해 주는 사람도 없고, 의상을 챙겨 주는 코디도 없습니다. 나는 내가 다 책임져야 합니다. 또 그래야만 한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나는 그냥 나 혼자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합니다. 작품에 들어가면 내가 맡은 역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구현해 내야만 하는 인물이니까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조언을 해 줄 때도 있지만,
누가 매번 내 옆에서 길잡이가 되어 줄 수는 없습니다. 나는 늘 ‘나만큼‘ 해서 카메라 앞에 나갔습니다. 그것이 나인 것 같습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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