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교류 모임이 우리 사이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을까 겁이 났다. 그러나 며칠이 지났어도조시는 나에게 전과 다를 바 없이 밝고 다정하게 대했다. 나는 조시가 교류 모임 이야기를 꺼내기를 기다렸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말했듯이 나에게는 무척 유용한 교훈을 준 일이었다. 나는 조시에게 ‘달라지는 면이 있다는 것, 내가 그것에 적응할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런특성이 조시에게만 있는 게 아님도 알게 되었다. 매장 쇼윈도에 디스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면을 마련해 놓으려 한다는 것, - P130
교류 모임이 있고 3주가 지난 어느 날 아침에 나는 조시의 자세와 숨소리를 보고 조시가 평소처럼 자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나는 비상 버튼을 눌렀고 어머니가 바로 올라왔다. 어머니는 라이언 박사에게 전화를 했다. 잠시 뒤에 가정부 멜라니아가 다시 라이언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서두르라고 다그치는 소리가 들렸다. 라이언 박사가 도착해서 조시를 조심스레 진찰하고는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안심했고 의사가 가고 난 다음에는 한층 활기차게 움직였다. - P131
"제가 여기까지 본 게 얼마나 주제넘고 무레한 행동인지합니다. 당신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고 제 부탁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에게아주 넓은 마음이 있으니 한순간만 멈춰서 제 제안을 한번들어 봐 달라고 부탁드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가 당신을 기쁘게 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요. 당신을 특별히 행복하게 만들 만한 일. 만약 제가 그런 일을 해낸다면 그때는 보답으로 조시에게 특별한 자비를 보여 주실수 있을까요? 거지 아저씨와 개에게 그랬던 것처럼?" 머릿속에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동안 주위에서 무언가가 뚜렷하게 달라졌다. 헛간 안은 여전히 밀도 높은 붉은빛으로 가득했으나 이제 어떤 부드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사방이 아직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긴 해도 부분 부분이 해의 마지막 빛줄기 속에서 둥둥 떠서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유리 진열대의 아랫부분이 진열대 다리 바퀴를보고 알아보았다. 천천히 떠올라 그 옆 칸 뒤쪽으로 들어가흐릿해지는 것을 보았다. - P246
헛간 안쪽이 점점 어둑해지고 있었지만 다정한 어둠이었다. 이내 부분 부분 쪼개진 것들이 사라지더니 이제는 실내공간이 나뉘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해가 떠나갔음을 알았고, 그래서 접는 의자에서 일어나 처음으로 맥베인 씨 헛간뒤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에서 나무가 울타리처럼 죽 늘어서있는 곳까지 펼쳐진 풀밭과, 해가 그 뒤로 피곤한 듯 이제흐릿한 빛을 내며 땅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았다. 하늘이밤으로 물들며 별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해가 쉬러 내려가면서 나를 향해 다정하게 미소 짓는 걸 느꼈다. 마음에 고마움과 존경이 솟아서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해의 마지막 빛이 땅 밑으로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 P247
"나 죽고 싶지 않아, 엄마, 죽기 싫어." "괜찮아, 괜찮아." 어머니 목소리는 아까 내 목소리만 큼작았다. "죽기 싫어, 엄마 "알아, 할아, 괜찮아." 나는 조용히 뒤로 물러서 문으로 나가 어두운 복도로 갔다. 난간 옆에 서서 천장과 아래쪽 현관에 생긴 기이한 밤의무늬를 보면서 방금 일어난 일의 의미를 머릿속에서 곰곰이되새겨 보았다. 잠시 뒤에 어머니가 조용히 방에서 나와 내 쪽은 쳐다보지 않고 자기 방으로 가는 짧은 복도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조시의 방문 안쪽은 조용했다. 내가 침실로 돌아가 보니이불과 침대가 단정히 정돈되어 있고 조시는 다시 새근새근숨을 쉬며 자고 있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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