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걸을 수 있는 부상병은 부축하고, 그럴 수 없는부상병은 어린아이 안 품에 안거나 자기 목에 팔을 두르게 하고 업어서 옮겼다. 또는 부상 정도에 따라 둘이나 셋, 혹은 넷이서 들것을 대신해 부상병의 어깨와 다리를 나눠 들고 옮겼다. 또한 구급 들것이 모자랐기 때문에 소총 몇 자루를 배낭끈으로 연결해 들것을 급조하는 등온갖 기발한 창의력을 발휘해야 했다. 포탄이 파헤쳐놓은 들판 곳곳에서, 집과 함께 머리를 숙인 채 신중하게 무릎으로 기어가는 들것병들의가슴 뭉클한 영웅적인 모습이 보였다. 모리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엄청나게 큰 밀알을 옮기는근면한 개미처럼 다리가 부러진 육중한 중사를 업은 깡마르고 허약한소년 들것병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순간, 포탄 하나가 폭발해서 두병사를 모두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연기가 걷히고 보니, 땅바닥에 등을대고 누워 있는 중사는 새로운 부상 없이 멀쩡했지만, 소년 들것병은옆구리가 터진 채 쓰러져 있었다. 다른 들것병, 다른 개미가 달려와서동료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중사를 자기 등에 업고 구급마차로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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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무슨 말인가 하고 있을 때, 포탄이 터져 그의 오른팔이 날아가고 왼쪽옆구리가 갈라졌다. 그는 대포 위로 쓰러졌고, 행복의 침대인 양 거기서 머리를 적에게로 돌린 채, 분노에 찼으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죽었다. 찢어진 제복 틈으로 빠져나온 편지 한 장이 그의 손가락에 꼭쥐여 있었는데, 그 위로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아직 목숨을 잃지 않은 유일한 중위가 명령을 내렸다. 견인차 이동!" 그때 탄약 마차 하나가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연결고리가 땅에 떨어진 대포 한 문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다른 탄약 마차의 말들을 데려와야 했다. 마침내 기마 운반병들이 유턴을 해서 네문의 대포에 연결고리를 걸었다. 그들은 즉시 전속력으로 달렸고, 1킬로미터 떨어진 가렌숲의 나무 뒤에 이르러서야 발을 멈췄다. 모리스는 그 모든 것을 목격했다. 그는 공포로 몸을 떨면서 기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불쌍한 오노레! 불쌍한 오노레!" 슬픔이 굶주림으로 위가 뒤틀리는 고통을 배가시키는 듯했다. - P361
모리스의 눈에 들어왔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앙리에트였다. 모리스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앙리에트였는데, 그녀는 놀라는 기색조차 없었다. "바제유에서 저들이 그이를 총살했어.…… 나도 그 자리에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데,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긴 해………. 그녀는 프로이센군도, 바이스라는 이름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분명히 모두가 상황을 이해했다. 모리스가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위로했다. "아, 불쌍한 누나!" 두시경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앙리에트는 발랑의 어느 집 부엌에서식탁에 머리를 떨군 채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바로 울음을 그쳤다. 연약하고 조용한 여인의 내면에서 영웅적인 용기가 솟구쳐올랐다. 그녀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불굴의 정신으로 자신을 무장했다.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오직 남편의 시신을 수습해 묻어주는일만 생각했다. 애초의 계획은 바제유로 다시 가는 것이었다. 모두가절대 불가능하다고 만류했다. 그래서 그녀는 함께 가서 시신을 수습해줄 누군가를 찾으려 했다. 그녀의 뇌리에 르센 정련공장 부공장장이었던 사촌오빠가 떠올랐다. 당시 정련공장 사무원으로 일했던 남편을 무척 좋아했던 사촌오빠는 요청을 외면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이 년전 아내가 유산을 상속받은 덕분에 은퇴하고 풍 드 지본 맞은편에 있는 아름다운 저택 ‘에르미타주‘로 이사했는데, 스당에서 가까운 그 저택은 노대가 층을 이루고 있었다. 군중의 발에 밟혀 죽을 수도 있는위험 속에서 온갖 장애물을 뚫고 그녀가 가려 하는 곳이 바로 그 에르미타주였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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