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12월

어머니는 극도로 쇠약해져서 무기력하고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거실 의자에 앉아 있다. 입은 벌리지 않았지만 멀리서보면 마치 벌어진 것 같다.
어머니는 ‘도대체 찾을 수가 없구나"라고 말한다. (자신의 화장도구 세트와 조끼, 그 밖의 모든 것을 찾고 있다.) 그녀는 물건들을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 P9

1984년

1월

어머니는 항상 자신의 방과 내 작업실을 혼동한다. 작업실 문을 열었다가 자신이 실수한 것을 알아차리고는 슬며시도로 닫는다. 이내 걸쇠가 올라가고 문 잠기는 것이 보인다.
마치 방안에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 P13

고속도로 위에는 자동차들이줄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일요일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어머니의 옆 사람은 한 손을 팬티 속에 집어넣은 채 누워 자고 있다. 그것은 슬픔을 넘어선 참혹한 모습이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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