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빅서 해안은 텅 비어 있고, 나는 넘어신 바로 그 자리에누운 채로이다. 바다 안개가 사물들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수평선에는 돛대 하나 보이지 않고, 내 앞 바위 위에 수천 마리 새들이있다. 다른 바위에 물개 일가가 있다. 아비 물개는 지치지도 않고 파도 위로 솟아오른다. 고기를 입에 물고, 번들거리며, 헌신적으로,
이따금 제비갈매기들이 너무도 가까이 내리앉아 나는 숨을 죽이지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내 오랜 욕망이 깨어 일어나 내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조금만 더, 그러면 새들이 내 얼굴 위에 내려앉고, 내독과 품속으로 파고들어, 나를 온통 뒤덮을 텐데 하고... 마흔네살에, 나는 아직도 어떤 본질적인 애정을 꿈꾸는 것이다. 하도 오랫동안 꼼짝않고 해변에 누워 있었더니 마침내 펠리컨과 가마우지 들이 나를 빵 둘러 원을 만들고 말았다. 조금 전에는 물개 한 마리가 파도에 실려 내 발치까지 왔었다. - P9

"엄마한텐 말하지 마, 어쩔 수가 없었어.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건알지만, 그것도 역시 아름다운 하나의 사랑이라는 건 마찬가지거든.
그래서 결국 너를 갖고 싶어 하게 만들었단 말이야…… 널 그처럼사랑해주는 여자는 평생 또 없을걸, 그건 분명해."
그건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였다. 사십 줄에 들어서야 나는 겨우 그것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그토록 어려서, 그토록 일찍, 그토록 사랑 받는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나쁜 버릇을들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어디에나 다 있는 일인 줄 알고,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 수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나치게 요구하게 된다. 바라보고 갈망하고 기다린다.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인생은 그 여명기에, 결코지키지 않을 약속을 당신에게 주는 것이다. 그다음부터는,죽는 날 까지 찬밥을 먹어야 한다. 그다음부터는 어떤 여자가 당신을 안아서가슴에 품어준다 해도 조사에 불과할 뿐, 우리는 버림받은 개처럼 언제까지나 어머니의 무덤으로 돌아와 짖어대는 것이다. 이제다시는, 이제 다시는, 이제 다시는 사랑스런 팔들이 당신의 목을두르고, 아무리 달콤한 입술이 사랑의 말을 속삭여도, 당신은 계속달려야만 한다. 당신은 너무도 빨리 샘을 지나쳤고, 그리고 바닥나도록 다 마셔버렸다. 다시 갈증에 사로잡힐 때, 사방으로 몸을 던져보아야 샘물은 없고, 신기루뿐이다. 여명의 첫 빛 속에서 당신은 사랑에 대해 매우 압축된 공부를 하였기 때문에, 세세한 자료들을 잔뜩 머릿속에 넣고 있다. 그리하여 어디를 가도 비교라는 독을 품고다니면서, 전에 한 번 받았던 것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한다.
나는 어머니들로 하여금 자기 자식들을 사랑하지 못하게 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말은 단지 어머니들에게 누군가 달리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내 어머니에게 애인이있었다면, 나는 샘물들 주변에서 매번 갈증으로 죽어가며 인생을 보내지는 않았으리라. 진짜 금강석에 정통하다는 것, 그것이 내겐 불행이었다.
- P37, 36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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