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서울에서 태어나 요코하마, 리스본, 산과 울부, 오사카, 뉴다. 도쿄에서 성장했다. 2005년부터 글을 쓴 이래, 신문 『엄마와 연애할때』 『나라는 여자』 『태도에 관하여『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자유로울 것』『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소설 『어떤 날 그녀들이』 『기억해줘』 『나의 남자』 『곁에 남아 있는 사람』 등을 펴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를 진행 중이다.
지난 늦여름, 아빠를 엄마 곁으로 보내드리고 나는 상실의 슬픔과 사후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마음이 더 깊이 지쳤다. 때로는 인간에 대한 절망과 환멸의 감정이 나를 압도했다. 그즈음 이었다. 내 곁의 딸을 보면서 아. 내가 지금 이 나이였을때 그곳에 있었지. 깨닫고 미소 짓게 된 것은, 그렇게 기억속에 묻어두었던 리스본의 존재가 내 안에서 점점 커져갔다. 문득 그 시절 내가 보고 만지고 느낀 경험들을 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었다. 다시 갈 수 있을 거라고는 그런 생각도. 로 해보던 리스본이 갈수록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지었다. 리스본은 뭐랄까, 당시 같이 살았던 유일한 자식으로서, 부모님에 관한 가장 농축된 기억이 서려 있는 장소였다. 리스본에 가면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러다가도 마음이 차분해지면, 그들이 가장 생생하게 삶을 살았던 공간에서 그들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곳에서 환하게 웃던, 갓 마흔 살 눈부신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영원히 각인하고 싶었다. 생의 마지막 날들의 고통스럽고 쓸쓸한 모습으로 간직하기에는 내마음이 너무 아팠다. - P11
리스본에 가기로 마음을 먹자 거짓말처럼 나는 평론해. 고, 그 평온함은 이내 상상치도 못한 설렘의 감정으로 변해 내안에서 부풀어 올랐다. 결심했다. 딸아이를 데리고 리스본에가자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많이 쉬고 많이 자자고, 내키는 대로 걸어 다니고,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그곳에서 아낌없이 시간을 보내자고, 가끔은 과거의 장소들이 궁금하겠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 될 것 같으면 무리하진 말자고, 그래도 느끼는 감정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딸에게서 내모습이 겹쳐 보일 때마다 그 아이를 품에 안아주자고, 그렇게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가게 해줄 힘을 얻으러 가자고, - P12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이미 이것으로 너무나충분한 것을, 그러니까 윤서야. 이제는 너의 시대야. 인생의 모든 눈부신 것들을 다 너에게 넘길게.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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