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간단한, 그리고 자유를 주는 행동으로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볼이 넓다면 발볼이 좁은 사람의 시점으로 써 보자. 당신 자신이 아니라 당신이 만든 인물로서 가게 진열장의 신발을 보자. 그러면 갑자기 여섯 가지쯤 되는 다른 일들 역시 달라진다. 평소에 본인과 거의 비슷한 —— 그러나 자신의 삶과 성격을 소설에 그대로 넣고 싶지는 않으므로 (또는 그러고 싶지만 너무 어려우므로) 종이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지는 않은 - - P136
소설 속 인물이 당신과 어느 정도 비슷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당신과 달리 내일 결혼식을 올리거나 이제 곧 직장을 잃는 등 인생이 바뀔 상황에 처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현실을 소설로 바꾸어 주는 질문이다. 나는 "캐릭터화"라고 불리는 것을 이해하기가 항상 힘들었다. 인물이란 당신이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이해하다가 결국 하나가 되는 사람이다. 당신은 모르는 사람의 집 안을 걸어 다니면서 단서를 하나씩 모을 때처럼 이 인물의 독특한 점이 무엇인지 서서히 파악한다. 나의 경우에는 인물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임의로 정하면 그인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인물의 안에서 다른 사람을 보기가더 쉬워진다. 이야기의 주제와 상관없는 사실을 하나 정하는 것이다. - P137
상상의 자유를 누려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보자. 작품속에서 인종이나 성적 지향이 다른 사람이 되어서, 면밀히살펴보아야 하지만 항상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삶의 부분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보자. 유색 작가들은 때로 자신의인종 공동체에 대해서만 써야 한다고 느낀다. 또 백인 작가들은 대부분 감히 흑인의 시점에서 글을 쓰지 못한다. - P138
다양한 인종의 작가들이 자기 소설에 진실하기 위해서때로 다른 인종인 척해야 하는데, 우리 모두 종종 그것을 두려워한다. 무척 다양한 주제가 우리에게 열려 있다. 우리는고국의 문화와 언어로 가득한 일상을 보내는 이민 가족에대해서, 또는 원래 다른 나라 출신임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이민 가족에 대해서 쓸 수 있다. 우리는 항상 "타자"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만 - P141
어쩌면 작가가 소수자에 대해서 쓸 때 맞닥뜨리는 가장큰 어려움은 이야기와 인물에게 진실하기 위해서 주인공이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불행한 결말을맞이하도록 써야 할 때일 것이다. 소수자인 주인공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언가를 망치면 피상적인 독자들은 소설 자체가 반페미니즘적이거나 반흑인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한 결말을 쓸 자유와 용기가 없다면 복잡한인간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자유도 없고 진지한 책을 쓸수도 없다. 소수자에 대해서 진지한 글을 쓰려면 애초에 그인물의 행동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그러한 책을쓰는 것은 두렵지만 무척 가치 있는 일이다. - P150
진정한 자신으로 성장하는 젊은 남녀에게 초점을 맞추는 소설이나 회고록은 성장담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성장담은 섹스와 사랑뿐만이 아니라 일과 행위에 대한 책이다 나에게는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 무릎에 제일 쉽게 놓이는 여성의 성장담은 아이가 자라서 일찍부터 그녀의삶을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까지, 주인공이 진정하고 복잡한 성인이 되기 위해 독립적인 행동을 취하는순간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지만 정작 그 미래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 책은 무척 많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1944년에 "자전적 소설"로 출판된 돈 파월 (Dawn Powel)의 「우리 집은 멀다』 (My Home Is Fur Auver)인데, 오하이오주에 사는 소녀와 그 자매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매들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매력적인 아버지의 방치 속에서 계모에게 잔인하게 학대받고, 계모는 결국 열네 살의 여주인공 장차 작가가 되는 창의적인 소녀 - 을 집에서 내쫓는다. 돈 파월은 뉴욕으로 이주하여 냉소적인 사람들을 풍자하는 매력 넘치는 책들을 쓰지만 이 소설에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 P151
그는 실패한 성인이 되지만, 그주인공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자기 인생을 망치지만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당연한 권리이다. 19세기 영국처럼 동성애자 귀족에게 적대적인 사회에서 인물의 타고난 성격과 불운까지 더해지면 한 개인이 실패할 수 있음을 충분히 복합적으로 보여 주는 소설이다. 이 책에서 차별의 희생자는 실패를 하도록 허락받는다. 소녀가 자라서 여인이 되고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학작품은 더욱 찾기 힘들다. 물론 젊고강력한 여성에 대한 환상소설이나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탐정소설도 있다. 장르소설을 읽고 싶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장르소설의 특징 - 즐거운 모험, 뒤얽힌 플롯, 현실과의 짜릿한 괴리 - 때문에 비극의 가능성을 가진 인물 탐구의 - P153
또 여성 예술가를 다루는 뛰어난 소설들도 있었다. 1915년에 출판된 윌라 캐더의 『종달새의 노래』(The Sung of the let)는 유명한 오페라 가수로 성장하는 미국 소녀의 이야기이다. 나중에 뉴욕 메트 극장에서 노래하는 유명한 소프라노가 되는 주인공은 힘든 리허설 일정과 밤늦은 공연 때문에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이 생긴다. 그녀는 젊은 시절 외국에서 활동할 때 어머니의 임종이 다가오는데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녀의 성공에 발판이될 역할을 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죄책감을 느끼고, 친구들은 그녀를 비난한다. 캐더는 누가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의 주인공은 맥베스나 오셀로와 마찬가지로틀릴지도 모르는 선택을 할 자유를 누린다. 이제는 거의 모든 여성이 일을 하고 몇몇은 상당한 영향력도 가지므로 우리는 현대문학 작품에서 엉뚱한 부하를해고한 다음 후회하는 여성이나 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네거티브 캠페인에 유혹을 느끼는 여성이 등장하리라 기대할 수있다. - P156
이러한 책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몇 세기 동안 (예를 들어) 여성 의사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책을 쓰는 것이 가능해졌을 때에도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또 여성이 일을 하는 것이 아직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에 일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책을 쓸 때에도 그것을 당연하다고 상정하고 시작하는것이 아니라 여성이 일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 P157
는 논쟁에 가깝다. 이런 책이 나쁘다는 말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도 필요하다. 여기에서 관습이 만들어진다. 일하는 0, WIKI것이에 대한 책은 주인공이 무슨 일을 하는지 보여 주는 것이 이니라 그녀가 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주장하는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기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상상하기 어렵다. 여주인공이 감정적 장애를 겪게 만드는 것은 유혹적일 수 있다. 그녀가 일을 하면서 자기 문제를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결과는 역시 일하는 것에 대한책이 아니라 일을 해낼 수 있느냐에 대한 책이 된다. 모든 소설은 쓰기 어렵지만 주인공이 계속해서 행동을 취하는 책보다 주인공이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지막에 의미심장한미래를 향해 용감한 행동을 딱 한 번 취하는 책을 쓰기가 더쉬울지도 모른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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