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읽고 있던
<어린 당나귀 곁에서>를 슬금슬금 읽다가
시집의 마지막 시를 읽는다.
다음 시집의 예고편이 시집의 마지막에 있다고 짐작한다.
2015년 1월 초판인... 2022년 1월 읽으면서
<무릎 꿇다> 얼마나 겸손한가를 생각한다.

시인의 새 시집을 기다린다.


˝별빛 총총해질 때까지˝



무릎 꿇다


뭔가 잃은 듯 허전한 계절입니다.
나무와 흙과 바람이 잘 말라 까슬합니다.
죽기 좋은 날이구나
옛 어른들처럼 찬탄하고 싶습니다.
방천에 넌 광목처럼
못다 한 욕망들도 잘 바래겠습니다.


고요한 곳으로 가
무릎 꿇고 싶습니다.


홀러온 철부지의 삶을 뉘우치고
마른 나뭇잎 곁에서
죄 되지 않는 무엇으로 있고 싶습니다.
저무는 일의 저 무욕
고개 숙이는 능선과 풀잎들 곁에서.


별빛 총총해질 때까지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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