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 408
안미옥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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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발원

                  안미옥

  한여름에 강으로 가

  언 강을 기억해내는 일을 매일 하고 있다

  강이 얼었더라면, 길이 막혔더라면

  만약으로 이루어진 세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아주 작은 사람이 더 작은 사람이 된다

  구름은 회색이고 소란스러운 마음

  너의 얼굴은 구름과 같은 색을 하고 있다

  닫힌 입술과 닫힌 눈동자에 갇힌 사람

  다 타버린 자리에도 무언가 남아 있는 것이 있다고

  쭈그리고 앉아 막대기로 바닥을 뒤적일 때

  벗어났다고 생각했다면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쪽이 끊어진 그네에 온몸으로 매달려 있어도

  네가 네 기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시집 [온]중에서

 

 

 

        

    

  일하다 올려다 본 하늘이 엄청나다. 폭염 속의 하늘이 '저래도 되나'싶게 비현실적으로 투명하고 환한 데다 구름의 조화는 훈훈하고 감동적이다. 불과 이틀 전 형제봉에서 바라본 하늘도 환상이었다. 이 숨 막히는 더위에도 저런 하늘을 볼 수 있다면 또 나름 살만하지 않냐고 스스로 위로를 한다. 날마다 조금씩 부당하고 크고 작은 모멸감에 부대끼면서 자존감은 하락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나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그럭저럭 살아간다.

  "한여름에 강으로 가/ 언 강을 기억해 내는"일이 필요하다. "만약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있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까. "벗어났다고 생각했다면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라고, 시인은 말한다.

 읽을수록 감칠맛이 더해지는 시집이다. "네가 네 기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시집을 읽는 일,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는 일,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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