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자의 넓이 ㅣ 창비시선 459
이문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평점 :
어제보다 조금 더
이문재
어제보다 더 젊어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해질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많이 가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눌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강해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더 지혜로울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가까이 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생각할 수는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어제보다 조금만 더
시집 [혼자의 넓이]
"어제보다 조금 더" 오늘은 나아져 있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어제보다 더 나빠진 나를 매일매일 발견한다. 그런 오늘이 쌓여 여기까지 등 떠밀려왔다. 그런데 "어제보다 조금만 더"의 간절함이 짙어서 울컥한다. 단지 '만'이 더 들어갔을 뿐인데 '제발'의 기원이 얹어져서 간절함은 저렇게 배가된다. 딱 하나만 더하면 저렇게 달라진다. 그 딱 하나를 찾지 못해서 이 모양인지도 모르겠다.
'어제'가 아무리 좋았어도 다시는 되돌아가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죽어버린 시간이다.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너그러워진 오늘, "어제보다 조금만 더" 내려놓는 오늘을 살자고 시인은 말한다. 따끈따끈한 시집엔 '혼자'들이 무수하다. 여러 번 울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