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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92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평점 :
묽어지는 나
이상하다
거품이 일지 않는다
어제는 팔팔했는데
괜히 기진맥진한 오늘의 나
거품이, 거품이 일지 않는다
쓰지 않아도 저절로
소진돼버리는
생의 비누의 거품
시인의 말
매사 내가 고마운 줄 모르고 미안한 줄 모르며
살아왔나 보다. 언제부턴가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됐다.
인생 총량의 법칙?
그렇다면 앞으로는 시를 끝내주게 쓰는 날이 남은 거지!
2016년 가을
황인숙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중에서

버드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산책길에 만나는 조팝나무도 아기 이파리들이 편지를 쓰고
아파트 화단의 라일락도 주먹 쥔 손을 내미는데
미세먼지 자욱한 공기질처럼
무겁고 낮아지는 머릿속
거품이 일지 않는다.
묽어지고 있는 나
무기력하게
게으르게
널브러진 휴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소진돼버리는 생의 비누의 거품'
서늘하다.
일어나 자세를 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