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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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이규리

     깜빡 눈감을 때 연두와 눈뜰 때 연두가 같지 않고

     조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지 않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내가 있었음과 당신의 없었음은

     또 어떻게 말할까

     늦은 오후에 후둑 비 떨어진다

     비와 비

     그 사이가 바로 연두

     말하려다 만다

     연두를 설명할 수 없었던 일처럼

     사랑도 그러했는데

     다 듣고는 믿지 않을 거면서

     당신들은 말하라 말하라 다그친다

     설명하라 한다

     할수록 점점 다른 뜻이 되어가는

     절망 배신 희생 죽음 따위와 뭐가 달라

     그들 생애엔 순간을 포함하지 않았으리

     비루하지도 않았으리

     연두가 어떻게 제 변화를 설명할 수 있겠는지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마음이 있어도 마음이 영 옮기지 못하는

     그 결별들을 다 어떻게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중에서

      만원 버스 안에서 흔들리다가 겨우 자리 잡고 앉아서 만나게 된 연두~

      10시의 내가 11시의 나에게,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 가고 있다고

      봄이 오고 있다고

      경칩인 아침, 속닥속닥한다.

      산수유,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마음이 있어도 마음이 영 옮기지 못하는

      바람, 살랑살랑한 저녁이다.

      2021년 3월 5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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